SK하이닉스 D램·낸드 공격 투자…10년새 시총 13조 → 1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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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SK하이닉스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았다. SK그룹은 10년 전인 2012년 2월 14일 계열사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반도체(현재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당시 하이닉스의 몸값은 3조4000억원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선견지명'
SK 간판 달고 10년간 급성장
적기 투자로 영업익 年 10조 이상
국가 재정·일자리 창출 '일등공신'
법인세만 11조…국가 세수 떠받쳐
직원 1만명 늘리고 '통 큰 성과급'도
2012년만 해도 하이닉스는 만년 적자 기업이었다. 상당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시설과 연구개발(R&D) 예산 부족으로 미래가 불투명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제때 투자만 이뤄지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M&A)을 밀어붙였다.
SK 간판 달고 ‘부활의 10년’
10년이 지난 2022년.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SK그룹의 대표선수이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SK그룹에 편입된 이후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수 직전인 2011년 시가총액 13조원으로 국내 14위였던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SK그룹의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가 꾸준히 이뤄진 영향이다. 반도체는 호황기에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업종이지만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 단위의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업계에서 SK그룹이 하이닉스를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이익에 비례해 내는 법인세다. SK그룹이 인수하기 전 하이닉스는 법인세와 관련이 없는 기업이었다. 1995년 1009억원을 낸 이후 2014년까지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었다. 법인세를 납부할 만큼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조 단위 세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반도체 업계가 슈퍼 사이클에 돌입한 2017년이다. 이해 SK하이닉스는 2조5500억원의 세금을 냈다. 2018년엔 세금 납부액이 더 늘었다. 법인세 등을 포함해 국가 세수에 기여한 전체 금액이 5조6000억원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SK그룹에 인수된 뒤 2020년까지 누적 납세액은 11조원 안팎”이라며 “만년 적자 기업이 국가 세수를 떠받치는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했다. 2011년 1만9601명이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3만 명 선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는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가 선망하는 직장으로 꼽힌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아서다. 지난해 말에는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300%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의 위상도 탄탄하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안정적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27.6%다. 3위 마이크론과의 격차가 5%포인트에 이른다. 낸드 시장에서도 점차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기간 낸드 시장 점유율은 13.6%로 업계 4위로 집계됐다.
D램과 낸드 ‘시너지’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첫 변곡점으로 2017년을 꼽는다. 경쟁사인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4조원 가량의 투자를 했다. 글로벌 낸드 시장의 주요 플레이와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당시 SK하이닉스의 설명이었다.지난해 말에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의 1단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인수 계약은 2020년 10월에 체결했지만, 주요국 경쟁당국의 승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마지막까지 승인 여부를 저울질하던 중국으로부터 지난해 말 ‘OK’ 사인을 받았다.
SK하이닉스가 1차 인수로 인텔로부터 넘겨받는 자산은 낸드플래시 기반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등이다. 이번 M&A의 계약 금액은 9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해외 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SK하이닉스는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 자회사 사명을 ‘솔리다임(Solidigm)’으로 정했다. 솔리다임은 ‘솔리드스테이트(Solid-State)’와 ‘패러다임(Paradigm)’의 합성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D램과 비교해 열세에 있던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제품이 각기 다른 장점이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용 낸드플래시를, 인텔은 기업용 SSD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D램 한 날개로 날던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라는 새로운 날개를 얻은 셈”이라며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한층 더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