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폭행 혐의' 英 앤드루 왕자, 피해자에 200억 지급

합의금과 피해자 측 자선단체에 200억 가까이 약속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민사재판을 앞뒀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피해자에게 2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앤드루 왕자가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에 대한 합의금과 피해자 측 자선단체에 내기로 한 금액이 총 1200만 파운드(약 195억 원)를 넘는다고 보도했다.텔레그래프는 여왕이 자신의 사유 부동산인 랭커스터 공국에서 거둔 수입을 앤드루 왕자의 합의금에 보태기로 했다. 현지 다른 매체들도 "여왕이 지금까지 앤드루 왕자의 법적 비용을 지불했다"며 "합의금도 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은 앞서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민사소송 개신 전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다만 합의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거래 조건은 양측이 사건이나 합의 자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최소 10일간 협상해오다 지난 주말인 12~13일께 최종 합의를 이뤘다. 앤드루 왕자가 상대측 대리인에게서 신문을 받게 되는 날은 오는 3월 10일로 정해졌다.앤드루 왕자는 2001년 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던 주프레를 뉴욕과 런던 등에서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프레는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민사소송 소장에서 앤드루 왕자가 자신이 미성년자이며 엡스타인의 성적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알면서도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는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성명에서 해당 혐의를 인정하는지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소녀를 인신매매한 앱스타인과의 친분을 후회한다"며 "주프레와 다른 피해자들의 용감함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앤드루 왕자는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9년부터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업무를 중단한 채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 1월에는 군 직함 등을 박탈당해 공적 임무도 수행하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하' 칭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