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이냐, 데드캣 바운스냐…코스피 2%·코스닥 4.5% 급등

러시아의 일부 병력 철수 선언에 군사적 긴장 완화 영향
"아직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1월 FOMC 의사록 공개되면 다시 긴축 공포 부상할수도
사진=연합뉴스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1.99% 급등했다. 기관과 함께 외국인까지 매수 대열에 함께 한 코스닥의 상승폭은 4.55%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일부나마 완화된 영향이다.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또 미국에서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가 예정돼, 다음날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에 대한 공포가 다시 시장을 짓누를 가능성도 있다.

이날 상승이 반등의 시작인지, 데드캣 바운스(증시 하락 중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14포인트(1.99%) 오른 2729.68에, 코스닥은 38.23포인트(4.55%) 상승한 878.15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2252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080억원 어치와 430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나홀로 6569계약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도왔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803억원 어치와 1220억원 어치의 주식을 샀다. 반면 개인은 4031억원 어치를 팔았다.전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에 반발하며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근처에 배치했던 병력 일부를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그 동안 짓눌렸던 증시가 기지개를 켰다.

특히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네온가스와 팔라듐의 수급 불안이 완화되면서 한국의 간판 산업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1.49%가, SK하이닉스는 2.76%가 각각 상승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47% 급등한 영향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화학의 상승률이 4.98%로 가장 컸다. 전일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Baa1’에서 ‘A3’로 상향한 데 더해 이날 증시에서 석유화학 섹터의 강세를 보이면서 65만원선을 돌파했다.카카오도 4% 넘게 올랐으며, 기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네이버는 2%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위메이드가 위믹스 코인의 2%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12.06% 급등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펄어비스도 9% 가깝게 치솟았다. 이외 천보(5.87%) 엘앤에프(5.21%), 에코프로비엠(3.50%) 등 이차전지 소재기업들의 주가도 강한 모습이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영향으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0원(0.18%) 내린 달러당 1197.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그 동안 증시를 괴롭혔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고, 야전병원을 건설하는 등 (러시아가)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 계속 관찰되고 있다”며 “국경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병력이 철수했지만 본국 부대로 귀환한 상황도 아니고, 대규모의 장비가 철수하는 모습은 현재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밤 미국에서는 1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도 공개될 예정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며 3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특히 1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베이시스포인트(bp) 올리는 데 대한 논의가 있었던 점이 드러나면 다시 시장에서는 긴축 공포가 고조될 수 있다. 보통 연준은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한 번에 25bp씩 조정해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