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안되면 중소형이라도"…법인 투자자 중소형 빌딩 매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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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지난해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은 한 마디로 '역대급' 해였다. 최대 거래 규모, 최고 순흡수면적(임대면적), 최고 임대료를 모두 기록한 해였다. 코로나19 영향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불안한 시장상황 속 '안전자산'인 A급 오피스빌딩(연면적 3만3000㎡ 이상)으로 수요가 몰리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서울과 판교의 오피스빌딩 매각가도 모두 지난해 최고가를 다시 썼다.
연기금·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법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도 오피스빌딩으로 눈을 돌렸다. 주식시장은 흔들리고 있지만, 임대료를 주는 빌딩은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확신에서다. 이들은 중소형 빌딩을 주목했다. 매각가격이 수천억원에서 조(兆) 단위인 A급 오피스빌딩은 캡레이트(수익환원율)가 3% 초반에서 2% 후반까지 떨어져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반면 수십억, 수백억원대 중소형 빌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 빌딩을 사서 리모델링 등으로 밸류에드(Value-Add)를 하면 빌딩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면서 "대형 빌딩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아직까지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 좋은 매물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지역도 신사·청담·역삼 등 강남권에서 벗어나 교대·사당·중계 등 역세권으로 확장됐다. 종합 부동산서비스회사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보라매역(지하철 7호선) 인근 옴니타워, 교대역(지하철 2·3호선) 인근 희성빌딩과 서원빌딩, 사당역(지하철 2·4호선) 인근 케이스퀘어 사당, 중계역(지하철 7호선) 인근 케이스퀘어 중계 등의 중소형 빌딩이 모두 주인이 바뀌었다. 이들 빌딩은 매각가가 600억~1100억원대 사이로 형성됐다. 캡레이트도 대형 오피스빌딩보다 높은 3%대중반~4%대후반에 형성돼 있다.
류인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상무는 "주요 중소형 빌딩 투자처였던 신사, 강남 일대의 리테일이 어려워지면서 고액 자산가와 법인 투자자들이 주요 역세권 인근으로 투자처를 확장했다"면서 "특히 법인 투자자는 풍부한 유동성과 시설자금 대출을 기반으로 다른 투자자 대비 경쟁력있는 매입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법인 투자자가 활용하는 시설자금대출은 LTV(담보인정비율)가 70~80%까지 가능하고 금리도 낮아 개인 투자자보다 대출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법인 투자자들은 주로 사옥으로 쓰거나 건물을 다시 지어 시세차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매수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이 있는 제조업 기반 회사들이나 보유 현금이 풍부한 뜨는 IT기업들이 중소형 빌딩 매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은 중소형 빌딩의 '역대급'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서 중소형 빌딩 매입·매각 자문을 담당하는 PCMS팀은 "올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수요 증가와 신규 공급 제한으로 역세권 중소형 빌딩의 캡레이트는 떨어지고, 가격 상승은 유지될 것"이라며 "작년만큼 활발한 법인 투자자들의 중소형 빌딩 매입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