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더블링'에 9만명대 직행…"내달초 20만명 정점 진입"(종합)

오미크론 우세화 뒤 한달 확진자 수, 2년 누적 확진자 수의 절반 이상
정부 예측치 번번이 뛰어넘어…위중증·사망자 급증 가능성
필수 분야 업무차질 우려도…"방역 전면완화는 정점 지나야 가능"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16일 신규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었다. 한 달 전 델타 변이 유행 당시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3천∼4천명대로 집계됐으나,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된 뒤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매주 거의 배씩 증가하면서 10만명에 근접해 가고 있다.

오미크론 초기 확산 당시 전문가들이 '그동안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규모 유행'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이 날로 악화하면서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감염 취약시설로 꼽히는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방역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신규 확진 9만명대로 껑충…방역당국 예상치도 뛰어넘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만443명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이후 758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종전 최다 기록인 전날 5만7천175명의 1.6배 규모다.

특히 지난해 12월 1일 국내에서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오고, 이후 약 한달 반만인 1월 셋째주(1.16∼22)에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50%를 넘어서면서 우세종이 된 뒤로는 확진자수가 거의 매주 '더블링'(배로 증가)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1만명대를 기록했고 3주만인 이날 9만명대로 뛰어올랐다. 주간 일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를 보면 1월 셋째 주(1.16∼22) 5천159명, 1월 넷째 주(1.23∼29) 1만1천872명, 2월 첫째 주(1.30∼2.5) 2만2천655명, 2월 둘째 주(2.6∼12) 4만6천41명 등이다.

이달 13∼16일 최근 4일간은 일평균 6만4천526명으로 확진자 수가 더 늘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약 한 달간 나온 확진자 수는 86만4천895명으로, 지난 2년간 누적 확진자 155만2천851명의 55.7%를 차지한다.

국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 우세화 이후인 최근 한달 간 나온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방역당국의 예상치도 계속해서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서 방대본이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단기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의 전파율을 델타의 2.5배로 가정했을 때 확진자 수는 1월 말 7천200∼8천300명, 2월 말 3만1천800∼5만2천2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달 말 유행 정점 전망과 관련, "10만∼20만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며 "정부와 같이 일하는 분들은 3만명 정도에서 피크를 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월 말 신규 확진자 수가 이미 1만명을 넘었고, 2월 말이 되기도 전에 이미 10만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방역당국의 전망이 안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방역당국은 최근 들어서야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신규 확진자수가 이달 말 13만명에서 최대 17만명 이상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는데, 이러한 규모가 '정점'이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유행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 정점 도달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려면 관찰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의 예상은 정부 전망치보다 다소 더 많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 진단 체계가 잘 유지된다면 본격적으로 유행 정점에 접어드는 시기는 3월 초이고 감소까지는 그로부터 2∼3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3월 초) 20만 명 가까이 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PCR로 찾을 수 있는 환자 수가 17만∼20만 명까지 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특히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늘린 탓에 '숨은 감염자' 역시 크게 늘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수는 집계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 중환자·사망자도 증가 예상…재택치료 현장 혼선 계속
위중증 환자 수는 현재 300명대 초반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확진자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차를 두고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당국은 감염시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60세 이상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첫째 주 9.2%에서 둘째 주 11.7%로 올랐다.

이는 요양병원·시설, 노인시설과 의료기관 등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위중증 환자 수가 늘면 사망자 수도 늘게 된다.

당국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2천655개까지 늘려둔 상태지만, 위중증 환자 폭증시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KBS 긴급진단에서 "향후 2∼3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위중증·사망자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검사 수요가 크게 늘고 무증상·경증인 재택치료자가 폭증하면서, 현장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재택치료 체계 전환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검체 채취를 한 뒤 사흘째 되는 날에서야 검사 결과를 받았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확진된 뒤에도 보건소에서 전화나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또 재택치료 중 의료기관이나 상담센터로 전화 연결이 어려웠다는 사례도 다수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인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 역시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저도 의료기관에 몇 번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연결이 안 됐다.

재택치료를 받는 국민께서는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당황하고 혼란스럽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 소상하게 안내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해,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필수 공공분야 업무 차질 우려도…전문가들 "거리두기 완화 신중해야"
이 밖에 확진자 수가 급증해 격리자가 늘어나면서 의료나 교육, 돌봄, 치안, 소방 같은 필수 분야에서 업무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한 파출소 소속 직원 35명 중 19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서울, 인천 소재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의료진 격리로 인해 입원이나 응급 시술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앞서 사회 필수 분야의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업무연속성계획(BCP)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달 18일 각 기관에 배포했는데, 기관별 시행 준비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BCP 가이드라인에는 비상조직체계를 구성하고 핵심업무를 선정하며 비상시 인력운영 및 연락망 정비, 사업복구 절차 등을 마련하라는 지침이 담겼다.

각 기관은 특성에 맞게 세부사항을 정해 비상시 계획을 시행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오는 18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식당, 카페 등의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더 늘리고 사적모임 인원을 8인까지 허용하는 등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행 상황에서 이런 방역 완화 신호를 주는 것을 유행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일정해졌을 때 중환자 발생률과 치명률을 보고 완화했으면 하는데, 피해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유행 정점에서도 의료체계가 버틴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때부터는 완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라며 "그 시점 이전이라도 중환자 증가 추세가 안정적이라면 일부 점진적인 변화 정도는 가능하지만, 전면 완화는 유행 정점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가장 필요한 대응에 대해 "자가격리자가 늘어날 때도 사회·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체계와 중증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