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동성 400조 폭증…인플레·집값 과열 불쏘시개됐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광의 통화량 작년 말 3600조 돌파
증가폭은 사상 최대, 증가율은 2002년 후 최고치
유로존 작년 증가율(7.0%)도 웃돌아
기준금리 낮아진 영향에 재정 씀씀이 커져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시중 유동성이 400조원 넘게 늘어나며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한국의 유동성 증가율은 유로존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 수준도 크게 웃돌았다. 불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는 한편 자산시장 과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통화량(M2)은 3613조6877억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말에 비해 1년 새 413조8520억원(증가율 12.9%) 늘었다. 증가폭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고 증가율로는 2002년(14.0%) 후 가장 높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및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같은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가 보유한 통화량이 1754조2471억원, 기업 보유 통화량이 1090조75억원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139조638억원, 146조2804억원 늘었다. 모두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해 한국의 유동성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기축통화국인 유로존보다도 높았다.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말 통화량은 15조5013억유로로 전년 말에 비해 7.0%(1조189억유로) 늘었다. 브라질(10.9%) 스웨덴(9.5%) 멕시코(7.6%) 뉴질랜드(7.1%) 러시아(6.7%) 등을 웃돌았고, 미국(12.9%)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동성이 폭증한 것은 한은이 지난해 8월 25일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자비용이 낮아지면서 주식·부동산 투자 목적의 자금조달이 크게 늘었고, 그만큼 통화량이 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의 씀씀이(총지출)가 60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