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출신 문체부 장관, 대선 코앞서 "블랙리스트 죄송"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 자격으로 재차 사과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피해자 보상과 명예 회복 지원, 제도 개선 내역 등을 홍보했다. 문화계에서는 "여당 국회의원이긴 하지만 행정부 소속인 장관이 특별한 계기도 없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전 정부의 잘못을 상기시킨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황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접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 황 장관은 "문화예술 블랙리스트는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역사인식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만전을 기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출범한 뒤 2018년 5월 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고, 이때 발표된 85개 세부과제 중 62개 과제를 모두 이행했으며 3월 중 활동백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정부의 각종 예술인 지원 및 보호 정책을 소개했다.이날 브리핑 일정은 발표 이틀 전인 15일 기자단에 갑자기 공지됐다. 일반적으로 장관급 브리핑이 1~2주 전 미리 공지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내용도 이미 정부가 발표했던 자료를 종합한 수준이었다. "최근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거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사건도 아닌데, 6년 전 벌어진 일의 후속 조치 내역을 장관까지 직접 나서 브리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여당 출신인 장관이 대선 국면에서 전임 정권의 치부를 굳이 들춰낸 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비판이 나오자 황 장관은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황 장관은 "제도 개선 결과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만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의힘 등 다른 야당들의 성과이기도 하다"며 "오래 전부터 준비한 브리핑이고 별다른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린 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브리핑 일정을 통보한 이유에 대해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로 파견돼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는 등 활동을 벌이다 지난 9일 귀국했고, 격리를 마친 뒤 지난 14일부터 출근했다. 관련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황 장관은 "내용이 더 중요한데 왜 자꾸 발표 시기에 대해 질문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