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2+1 아이스크림' 줄어든 이유 있었네

아이스크림업체 '담합' 적발
공정위, 시정명령 및 총 과징금 1350억 부과
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푸드·빙그레·해태제과식품
지원율·판매 가격 등 서로 모여 '합의'
공정위, 빙그레·롯데푸드는 검찰 고발 예정
[사진=한경DB]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시장점유율 84.7%에 달하는 제조사…임원들끼리 모여 '합의'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2월께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4개 제조사(담합 기간 중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는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상품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1조4250억원 수준으로 4개 제조사의 시장점유율은 84.7%에 달한다.조사 과정에서 롯데제과 관계자는 "2016년 2~3월경 제조4사 임원들이 각자 거래하는 소매점에 대한 영업권을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다"며 "제조4사들이 각각 거래하는 소매점에 대해 다른 회사가 자기 거래처로 만들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진술했다.

어느 사업자가 합의에 반해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낮은 납품가격을 제시하며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시키면, 그 사업자는 자신의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별 경쟁사 소매점 침탈 개수 추이. [사진=공정위 제공]
그 결과 4개 제조사들이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7년 87개, 2018년 47개, 2019년 29개로 급감했고 4개 제조사들 간 납품가격 경쟁은 제한됐다.2017년 초에는 4개 제조사들이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 76%, 대리점 80%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소매점 또는 대리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직접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의 담합이었다.
담합내용이 기재된 화이트보드 사진을 통해 편의점 '2+1'행사대상 아이스크림 품목수를 축소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공정위 제공]
같은해 8월에는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덤증정(2+1) 판촉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도 3~5개로 축소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제품 유형별·판매 채널별로 판매가격 합의

4개 제조사는 바·콘·튜브·샌드·컵류 등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로 직접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하기도 했다.우선 독립슈퍼, 일반식품점 등 시판채널의 경우 2017년 4월경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거북알·빠삐코(롯데푸드), 폴라포·탱크보이(해태제과식품) 등 튜브류 제품의 판매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조사 당시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는 "제조4사 임원모임에서 롯데푸드의 모 상무와 저 둘이서 이야기할 때 롯데푸드는 2017년 6월에 튜브류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얘기해서 해태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2018년 1월경에는 4개 제조사들이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식품) 등 홈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하기로 합의했다. 같은해 10월경에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체인슈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의 경우 4개 제조사는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대상으로 2017년8월경 콘·샌드류 판매가격은 700원, 바류 판매가격은 400원, 튜브류 판매가격은 600원, 홈류 판매가격은 3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후 2019년 8월경에는 모든 유형의 아이스크림 제품의 판매가격을 최대 20% 일괄 인상하기로 담합했다.

편의점에 대해서는 2019년1월경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과 붕어싸만코(빙그레) 등 샌드류 제픔의 판매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구매입찰에서는 낙찰 순번 합의…과징금 총 1450억4500만원

롯데푸드 임직원의 합의내용 메모를 보면 2017~2020년 기간동안 LF(롯데푸드)는 2→3→1→4순위로, B(빙그레)는 4→1→2→3순위로, L(롯데제과)은 3→2→4→1순위로, H(해태제과식품)는 1→4→3→2순위로 투찰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공정위 제공]
4개 제조사는 2017~2020년 현대자동차가 실시한 아이스크림 구매입찰에서도 낙찰 순번을 서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17~2019년 3차례 입찰에서 매 입찰마다 3개 제조사가 낙찰받아 총 14억원 어치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제조사들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각 제조·판매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450억45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내역은 빙그레 388억3800만원, 해태제과식품 244억8800만원, 롯데제과 244억6500만원, 롯데푸드 237억4400만원, 롯데지주 235억1000만원이다. 최종 부과 과징금액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조사 협조 여부와 법위반 점수 및 전력 등을 고려해 빙그레 및 롯데푸드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빙그레 관계자는 "조사 및 심의과정에서 모두 소명했으나 이런 결정이 나 유감스럽다. 법리 등을 세밀히 검토하여 향후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추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