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도전 민병훈 감독 "제주 자연으로 치유와 위로를"

첫 개인전서 영상 작품 20점 선보여
예술영화를 여러 편 연출한 영화감독 민병훈이 미디어아트 작가로 첫 개인전을 연다.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에서 개막하는 전시 '영원과 하루'에서 민 감독은 4년 전부터 사는 제주의 자연을 담은 영상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그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 숲과 나무, 눈과 안개 등을 특유의 감성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시적인 화면은 보는 이에게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17일 아이프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 감독은 "자연에는 아픔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제주에서 명상하듯이 내 우울감을 떨쳐내면서 제작했다"며 "시공간을 압축한 영상이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와 치유를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새벽과 저녁, 태풍, 눈과 비가 올 때 촬영했다"며 "컴퓨터그래픽은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살렸다. 한라산의 첫눈을 찍기 위해서는 사흘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디지털 모니터 10여개와 1980년대 브라운관 TV 10여대가 설치됐다.

눈 내리는 숲, 강한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 등 살아있는 자연은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영상과는 다른 몰입감을 전한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을 졸업한 민 감독은 '벌이 날다'(1998), '괜찮아, 울지마'(2001), '포도나무를 베어라'(2006)로 토리노 국제영화제 대상, 코트부스 국제영화제 예술 공헌상,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비평가상,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은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류 상업영화와 거리가 먼 그의 작품은 개봉에 어려움을 겪었고 관객 동원에도 한계가 있었다.

감독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등 한국 영화 환경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출연한 '황제' 등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한 영화를 선보여왔다.

그는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다 보니 대중과의 소통이 쉽지 않고 극장 상영도 어려웠다"며 "작품과 관계없이 관객 수가 적으면 실패한 영화가 되니 만드는 기쁨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예술가와 작업한 '아티스트 시리즈'를 소규모로 만들면서 다시 즐겁게 영화를 할 수 있었다"며 "미디어아트 작업은 일상적으로 혼자 독립적인 형태의 영상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품작을 모티브로 제작한 대체불가토큰(NFT) 작품 10점도 공개된다. 전시는 다음 달 19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