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교재 납품한다며…58억 사기 혐의 출판사 대표 징역 7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등에 국가 공인 한자검정시험 교재를 납품한다며 잘나가는 사업가 행세를 해 50억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한자교재 출판사 대표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54)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장씨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초순까지 '국가 공인 한자검정시험 교재를 납품한다'며 책 판매 대금으로 원금과 수익금을 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약 58억원을 끌어들인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피해자들에게 '회사가 국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고 말하거나 허위 발주서를 보여줬으며 유명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말께부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장씨 회사는 신규 투자금으로 이전 투자금을 변제하는 일명 '돌려막기'로 명맥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는 법정에서 투자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고 회사 수익으로 변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씨와 회사의 계좌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피해자들로부터 돈이 입금된 직후 시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1억원 전후의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했다"며 "회사 매출은 2019년 4분기에 급격히 감소해 직원들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장씨가 부인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웹사이트에 투자 광고를 최소 2회 게시한 바 있고, 직접 알고 지내는 지인들은 물론 지인을 통해서 소개받은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며 투자금 53억여원을 불특정 다수로부터 인가받지 않은 형태로 투자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장씨가 법정에서 "(내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들이 회사 사정을 알고 먼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일관해온 점, 지난해 1월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는데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자들에게 추가 변제를 전혀 하지 않아 피해 회복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