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신 '영하 30도' 삼지연行…北 김정은 '중대 결심' 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삼지연시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있다. /조선중앙TV=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이 소위 ‘광명성절’이라 부르는 김정일 생일을 삼지연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80주년이었지만 이례적으로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도 건너뛰었다. 김정은이 대내외 큰 이벤트를 앞두고 삼지연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중대 결심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17일 평양에서 광명성절 8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공연과 불꽃놀이 등 기념행사 소식을 전하면서도 김정은의 동정은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매년 이날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거르지 않고 참배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은은은 지난해 광명성절에도 당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고,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김정은은 앞서 광명성절을 하루 앞둔 15일 삼지연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는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다음날 백두산 밀영의 김정일 고향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광명성절 기념 행사를 평양이 아닌 삼지연에서 개최한 것도 이례적인데, 김정은이 광명성절 당일에도 평양으로 이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날 삼지연시의 기온은 영하 30도 안팎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행사는 야외에서 진행됐다.

삼지연은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상징하는 ‘성지’인 동시에 러시아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김정은은 2018년부터 삼지연시 재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3단계 개발 공사를 마치면서 ‘이상적인 본보기 지방 도시’로 천지개벽했다고 선전해오기도 했다. 삼지연에 김정은의 별장인 ‘초대소’가 있어 이곳에서 동생인 김여정이나 리설주 등과 함께 부친의 생일을 기념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중대결심’을 하고자 백두산 인근인 삼지연에 하루 머물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정은은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직전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말 등 주요 계기에 체제 고수와 내부 결속을 위해 백두산을 찾았다. 김정일이 집권 기간 핵무기 개발에 주력한 만큼 그의 아들 김정은이 삼지연에 머물면서 유훈 고수 및 체제 수호를 위해 핵·미사일 강화 의지를 다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통일부 관계자는 “기념일 전날인 15일에 있던 중앙보고대회가 이례적으로 삼지연에서 개최됐고 당정군 주요 인사들의 밀영 방문 등이 삼지연에서 계속해서 이뤄졌다”며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현재까지 김정일 위원장 생일에 금수산 참배 안한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례적으로 삼지연시를 무대로 삼아서 김정일의 백두산 출생 강조하고 백두혈통을 바탕으로한 김정은의 정당성 부각 등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