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공정 핵심 원재료 첫 국산화 성공…日·中의존도 낮춘다
입력
수정
재원산업, PGMEA 국내 반도체 업체에 납품 시작반도체 EUV(극자외선) 공정에 쓰이는 핵심 원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반도체 공정 원재료 분야에서 일본과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화 첫 사례
EUV 노광공정 등 핵심 원료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재원산업이 EUV 공정 핵심 원재료 중 하나인 프로필렌글리콜 메틸에테르 아세트산(PGMEA) 상용화에 성공했다. 재원산업은 여수 낙포동에 있는 자체 공장에서 PGMEA를 양산해 지난해 말부터 국내 반도체 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PGMEA 실험실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양산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PGMEA는 반도체용 시너(thinner)로 제조돼 EUV 노광 공정에서 극자외선 감광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부분에 묻은 감광물질(포토레지스트)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또, 노광공정에 들어가기 전 웨이퍼에 바르면 감광물질을 더 적게 써도 고르게 펴지도록 돕는다.
EUV 공정으로 제조하는 반도체는 회로가 극도로 미세해 아주 작은 불순물이라도 묻어있으면 수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PGMEA도 매우 높은 순도가 요구된다. EUV 공정용 PGMEA는 5N으로 불리는 99.999% 이상의 초고순도로 제조된다. 이전 세대인 불화아르곤 공정에는 순도 99.99%의 PGMEA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PGMEA의 순도를 높이는 정제기술은 있었지만 전 단계인 PGME(프로필렌글리콜모노메틸에테르)를 PGMEA로 합성하는 기술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초고순도 PGMEA를 수입하거나 중국에서 순도가 떨어지는 PGMEA를 수입한 뒤 정제를 거쳐 반도체 공정에 투입해왔다. 1987년 설립된 재원산업은 수입된 PGMEA를 정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체에 주로 납품해오다 지난 2018년 PGMEA 합성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 여수 낙포공장 3만 규모로 증설을 마친 뒤 양산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중 자사 PGMEA가 반도체 EUV 공정에 실제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재원산업의 최고경영자는 심장섭 창업주의 첫째 아들인 심재원 대표다. 지난해 매출은 2360억원이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SDI, LG 디스플레이, SK 하이닉스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 2차전지 소재 공장을 짓기로 확정하고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며 "부지가 선정되면 PGMEA 공장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