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vs 데상트…올림픽서 또 다른 '한·일戰'

韓 휠라 옷 입은 선수 金19개
金15개 딴 日 데상트 앞서
스포츠 마케팅 효과 '톡톡'
사진=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스포츠 브랜드 간의 자존심을 건 ‘한·일전’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인수한 글로벌 브랜드 휠라와 일본 브랜드 데상트의 경기복(단복 포함)을 입은 선수들이 대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18일 중국의 스포츠경제 전문 매체 ‘스포츠 머니’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착용한 유니폼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6일 현재 휠라가 금메달 19개(은 12·동 10)로 1위를 달렸다. 휠라 옷을 입고 금메달을 딴 선수가 19명이라는 얘기다. 데상트는 금메달 15개(은 11·동 13)로 2위다. 또 다른 일본 브랜드 피닉스가 3위(금 12·은 8·동 9), 글로벌 브랜드 아디다스가 4위(금 13·은 7·동 6)다.
휠라는 메달 순위 종합 1위(18일 낮 12시 기준)인 노르웨이의 스피드 스케이팅 팀을 비롯해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빙상 강국들에 유니폼을 제공하고 있다. 데상트는 독일 봅슬레이, 스위스 알파인 스키, 캐나다 스피드 스케이팅 팀 등을 후원하고 있다.

휠라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우승으로 5개 대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의 ‘전설’ 이레인 뷔스트(36),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슈퍼 스타’ 유타 레이르담(24) 덕분이다. 휠라 관계자는 “휠라 유니폼을 입고 드라마를 쓰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 등이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림픽 관련 스폰서십을 독점 관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조 단위’로 투자하는 스폰서를 보호하기 위해 선수들의 유니폼에 브랜드가 노출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선수단이나 해당 국가 체육회의 단복·경기복을 후원하는 브랜드의 로고 정도만 허락한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유니폼 안 3㎠ 남짓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공을 들인다. 올림픽 대회가 끝나면 다음 대회를 위해 국가별 올림픽위원회(NOC)와 4년 단위로 계약하는 식이다. 휠라는 네덜란드 대표팀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계약을 연장했다.업계에 따르면 각 브랜드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동계 스포츠 강국’과 계약하는 데 연간 수십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포츠 의류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들이 4년 단위 계약을 하는 것은 결국 계약 마지막 해에 열리는 올림픽을 위한 베팅”이라며 “각국 선수단의 메달 결과에 따라 수백억원대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