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톱10'서 탈락한 메타…사명 바꾼 뒤 끝없이 추락

글로벌 종목탐구

악재, 악재, 끝없는 가시밭길
매출 95% 광고에 의존하는데
애플·구글 사생활보호 '직격탄'
페북은 틱톡에 밀려 이용자 이탈
메타버스 투자 성과도 불투명

美 증시 이끌던 '대장주'의 굴욕
‘메타, 메타메이트, 나(Meta, Metamates, Me).’ 지난 15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엄숙한 표정으로 회의를 마친 뒤 직원들에게 이런 문구를 소개했다. 나보다 동료(메타메이트)를 중시하고 회사(메타)를 최우선 순위에 두라는 주문이었다. 미국 해군이 사용하는 슬로건인 ‘배, 동료 선원, 나(Ship, Shipmates, Self)’에서 착안한 것으로 위기에 빠진 메타를 구하기 위해 단합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됐다. 한 메타 직원은 “우리가 침몰하는 배 안에 있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저커버그가 직원들을 메타메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전했다.대신 시장은 메타의 끝 모를 추락에 관심을 뒀다. 이틀 뒤인 17일 나스닥시장에서 메타의 주가는 전날보다 4.08%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5650억달러대로 줄어들었다.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입성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한때 6위까지 올랐던 메타의 시총은 이날 중국 텐센트에 밀리며 11위로 내려앉았다. 광고 수입을 갉아먹는 애플과 구글의 새 개인정보 보호 방침, 치열한 경쟁 등 잇따른 악재가 메타의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광고 사업 ‘직격탄’

메타 주가는 지난해 9월 사상 최고점(382.18달러) 대비 46% 가까이 빠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기술주에 비해 낙폭이 크다. 주가 하락세는 메타가 지난 2일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공개한 뒤 본격화됐다. 지난해 4분기 메타의 매출은 336억6700만달러(약 40조2657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약 2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6%에서 37%로 급락했다. 다음날 메타 주가는 26% 넘게 폭락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기준으로 가장 큰 시총 손실이었다.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이 메타에 충격을 안겼다. 작년 4월 애플은 검색활동 등 개인정보를 메타와 같은 앱이 추적해도 되는지 사용자들이 직접 선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용자들이 사생활 침해 우려로 개인정보 공개를 차단하자 메타의 맞춤형 광고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메타 매출의 95%가 광고에서 나온다. 메타는 애플의 새 정책으로 올해 100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글도 애플과 비슷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16일 구글은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에 기록된 개인정보를 외부 앱 개발자들과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포천은 “구글의 새 정책은 디지털 광고 산업에 의존하는 메타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타는 올 1분기 최대 11%의 매출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분기보다 성장세가 절반가량 꺾이는 것이다.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는 270억~290억달러로 시장 예상(301억5000만달러)을 밑돈다.

사용자 이탈도 골칫거리

메타의 상징인 페이스북 앱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짧은 동영상의 시대로 유행이 옮겨가고 있어서다. 메타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페이스북의 하루 활성사용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이 기간 하루 활성사용자 수는 19억2900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100만 명 줄었다.중국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이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탓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콘퍼런스콜에서 틱톡을 다섯 번이나 언급하면서 “틱톡의 성장이 메타의 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틱톡에 대항하기 위해 메타는 2020년 인스타그램에 짧은 동영상 기능인 ‘릴스’를 추가했지만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용자들은 동영상 광고를 건너뛰는 경향이 있다”며 “릴스가 사용자를 끌어들일지 몰라도 메인 피드, 스토리 등 인스타그램의 다른 기능만큼 효과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메타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미국 당국이 메타 등 빅테크를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메타가 지난해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가상현실)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아직 메타버스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NYT는 “지난해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에 100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며 “지출을 더 늘릴 전망이지만 성과를 거둘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