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카톡만 하고 월 300만원?…'리딩방 알바' 알고 보니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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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선생님 리딩 따라가니까 5분 만에 360만원 벌었네요.” “와 부럽네요. 축하드려요.” “사랑하는 선생님께서 주신 수익이군요.”
자칭 주식·선물 전문가라는 ‘마선생’이 리딩(투자 대상 종목 찍어주기)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지난해 9월 올라온 글입니다. 회원 6명이 “지시대로 투자했더니 수익을 봤다”며 무더기로 인증글을 올렸습니다.인증글에는 “적게는 41만원, 많게는 366만원까지 벌었다”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수익창을 보여 주는 ‘인증샷’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회원 6명이 리딩을 통해 돈을 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짜 카카오톡 계정 10여개를 사용하는 아르바이트생 1명이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익 인증샷도 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숫자만 끼워 맞춘 가짜로 밝혀졌습니다.
우선 사설 선물 거래소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물 거래를 하려면 1000만원 이상의 증거금이 필요합니다. 정해진 교육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위험성이 높은 거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불법 거래소들은 “교육 없이 증거금 30만~50만원만 내면 투자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습니다. 끌어 모은 투자자들에게는 자신들의 가짜 HTS를 이용하도록 하고, 그 이용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냅니다. 이런 사설거래소는 보통 회원들에게 투자 방법을 지시하는 불법 리딩 카톡방을 운영합니다.알바로 고용된 사람은 이 카톡방에서 투자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리딩을 따르니 수익이 났다”며 인증하는 역할인데요. 실제로 주식장에서 낸 수익은 전혀 없지만, 이들은 사설 HTS를 이용해 이미지만 조작한 뒤 수익이 난 것처럼 거짓 인증 화면을 올립니다. 다른 회원들이 이를 보고 ‘나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거죠.
지시를 받은 뒤 기자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업체 관계자의 컴퓨터에 접속했습니다. 접속해 보니 컴퓨터에는 서로 다른 카톡 계정 화면 10개가 띄워져 있었습니다.뒤이어 업체 관계자는 “카톡방에서 진짜 회원인 척하고 대화만 해도 월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10개 계정의 나이와 성별이 다르니 이를 감안해 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계정별로 부여된 성별과 나이에 맞게 말투를 꾸며내라는 건데요. 기자가 받은 10개 계정 중 한 계정은 29세 여성, 다른 계정은 56세 남성이었습니다.
카톡방에서 오가는 대화 대부분은 이런 바람잡이 알바의 자문자답이었습니다. 첫 번째 계정이 “나스닥은 상방으로 뻗어주는데 항셍은 눌린다”고 말하면 곧바로 두 번째 계정이 “항셍이 빠지고 반등 주는 걸 나스닥이 받아서 그렇다”며 맞장구를 치는 식입니다.
수익 인증도 바람잡이의 주요 업무입니다. 업체 관계자는 “바람잡이 알바에게는 우리 HTS 계정 여러 개에 가상 투자금을 충전해준다”며 “어차피 진짜 돈이 안드는 모의 투자이니, 차트를 볼 필요도 없고 아무데나 돈을 박아놓은 후 수익이 나면 캡쳐해 회원 카톡방에 인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물론 이 같이 알바로 불법 사설 거래소에서 일하는 것은 처벌 대상입니다. 회원 자격으로 사설 거래소를 이용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서정 제이앤파트너스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없는 거래소이므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실제로 선물 상품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가짜 거래소라면 도박공간개설죄도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투자금이 보호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설거래소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자칭 주식·선물 전문가라는 ‘마선생’이 리딩(투자 대상 종목 찍어주기)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지난해 9월 올라온 글입니다. 회원 6명이 “지시대로 투자했더니 수익을 봤다”며 무더기로 인증글을 올렸습니다.인증글에는 “적게는 41만원, 많게는 366만원까지 벌었다”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수익창을 보여 주는 ‘인증샷’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회원 6명이 리딩을 통해 돈을 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짜 카카오톡 계정 10여개를 사용하는 아르바이트생 1명이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익 인증샷도 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숫자만 끼워 맞춘 가짜로 밝혀졌습니다.
하루종일 카톡만 하고 월 300만원?
기자는 지난해 9월 직접 ‘주식 리딩방’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하루동안 교육을 받아봤습니다. 이 아르바이트 자리는 페이스북의 한 구인구직 그룹에서 구했는데요. ‘하루종일 집에서 카카오톡만 하고 월 300만원 버실 분’이라는 제목의 공고였습니다. 이 아르바이트는 쉽게 말해 ‘바람잡이’입니다.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운영되는 불법 사설 선물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을 관리하는 오픈 카카오톡방의 채팅을 담당하라는 건데요.우선 사설 선물 거래소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물 거래를 하려면 1000만원 이상의 증거금이 필요합니다. 정해진 교육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위험성이 높은 거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불법 거래소들은 “교육 없이 증거금 30만~50만원만 내면 투자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습니다. 끌어 모은 투자자들에게는 자신들의 가짜 HTS를 이용하도록 하고, 그 이용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냅니다. 이런 사설거래소는 보통 회원들에게 투자 방법을 지시하는 불법 리딩 카톡방을 운영합니다.알바로 고용된 사람은 이 카톡방에서 투자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리딩을 따르니 수익이 났다”며 인증하는 역할인데요. 실제로 주식장에서 낸 수익은 전혀 없지만, 이들은 사설 HTS를 이용해 이미지만 조작한 뒤 수익이 난 것처럼 거짓 인증 화면을 올립니다. 다른 회원들이 이를 보고 ‘나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거죠.
바람잡이 1명당 카톡 계정 10개
기자가 교육받은 마선생 업체는 기자를 포함해 바람잡이 3명을 고용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잡이 1명당 가짜 카톡 계정을 10개씩 부여해 총 30개의 계정을 운영했는데요. 업체는 ‘애니데스크’라는 원격 PC 조종 프로그램을 기자의 컴퓨터에 깔도록 지시했습니다.지시를 받은 뒤 기자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업체 관계자의 컴퓨터에 접속했습니다. 접속해 보니 컴퓨터에는 서로 다른 카톡 계정 화면 10개가 띄워져 있었습니다.뒤이어 업체 관계자는 “카톡방에서 진짜 회원인 척하고 대화만 해도 월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10개 계정의 나이와 성별이 다르니 이를 감안해 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계정별로 부여된 성별과 나이에 맞게 말투를 꾸며내라는 건데요. 기자가 받은 10개 계정 중 한 계정은 29세 여성, 다른 계정은 56세 남성이었습니다.
카톡방에서 오가는 대화 대부분은 이런 바람잡이 알바의 자문자답이었습니다. 첫 번째 계정이 “나스닥은 상방으로 뻗어주는데 항셍은 눌린다”고 말하면 곧바로 두 번째 계정이 “항셍이 빠지고 반등 주는 걸 나스닥이 받아서 그렇다”며 맞장구를 치는 식입니다.
수익 인증도 바람잡이의 주요 업무입니다. 업체 관계자는 “바람잡이 알바에게는 우리 HTS 계정 여러 개에 가상 투자금을 충전해준다”며 “어차피 진짜 돈이 안드는 모의 투자이니, 차트를 볼 필요도 없고 아무데나 돈을 박아놓은 후 수익이 나면 캡쳐해 회원 카톡방에 인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물론 이 같이 알바로 불법 사설 거래소에서 일하는 것은 처벌 대상입니다. 회원 자격으로 사설 거래소를 이용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서정 제이앤파트너스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없는 거래소이므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실제로 선물 상품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가짜 거래소라면 도박공간개설죄도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투자금이 보호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설거래소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