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과 달리 적극적으로 아시아 외교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최근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인도와 호주 일본과 만나는 동안 정작 세계의 관심은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집중됐다.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또 우선순위서 밀린 아시아
전략 부재 문제부터 해결해야
블링컨 장관은 쿼드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호주에서 섬나라 피지까지 누비며 동맹국들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 언론의 머릿기사는 미군 수천 명이 유럽으로 파병된다는 소식으로 도배됐다. 쿼드 4개국 외교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미국 외교안보당국의 관심은 쿼드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문제에 쏠려 있었다.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아시아 국가들에 최근 상황은 기시감(데자뷔)을 일으킨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진주만 공습 이후 안보에서 독일의 역할을 중시했다. 냉전시대에 딘 애치슨 및 조지 마셜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힘써야 할 지역으로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을 선택했다. 9·11 테러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중동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는 또다시 미국 외교당국의 최우선 지역에서 밀려났다.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됐지만 미국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 아시아 전문가들은 유럽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의 대서양주의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오늘날 미국의 외교정책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유럽에서 러시아에 강력하게 대응하느라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처할 여력을 줄인다는 게 아니다.
200년 동안 성공을 거둬온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 핵심은 국내와 국외를 잇는 경제정책이었다. 미국 산업을 해외의 경쟁자들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미국산 상품의 수출 촉진에 힘썼다. 미국의 이런 정책이 가능했던 건 영국 덕분이었다. 영국은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에 기초한 자유무역주의를 고수했다. 영국의 강력한 해군과 경제력 덕분에 미국은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세계 무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미국이 자유무역과 세계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맡게 됐다. 냉전 시기만 해도 소련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미국이 안보에 주력하는 데 국내의 정치적인 반대가 없었다. 해외 경쟁자들의 영향력도 약했기 때문에 역시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냉전 종식으로 압박이 거세졌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미국이 세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럽과 일본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까지 경제적으로 힘을 키우고,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인들은 자유무역 기조를 지지하지 않게 됐다.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미국의 국방예산을 늘릴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반발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동맹국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경제 의제의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건 미국에는 극단적인 자해행위다. 경제 제재 남발 및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비일관적인 무역정책은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단기적으로 미국은 준비 부족으로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서 심각한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미국은 전략의 부재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Asia First’ Misses the Point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