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놀라운 생존본능…살충제 냄새 기억해서 피한다

살충제 내성 강화 원인 파악
모기 방제책 수립 때 고려해야
이집트숲모기. /사진=연합뉴스
살충제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모기가 살아남으면 이후 살충제를 피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연합뉴스는 영국 킬(keele)대학교 응용 곤충학·기생충학 교수 프레데릭 트리펫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stus)' 등을 대상으로 살충제 내성을 실험했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두 종의 모기를 흔히 사용하는 모기 살충제인 △유기인계 '말라티온' △카바메이트계 '프로폭서' △피레스로이드계 '델타메트린', '퍼메트린', '람다-사이할로트린' 등에 비 치사량을 노출시킨 뒤 추가 노출에 따른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살충제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모기들은 피를 빨 대상을 찾아다닐 때 살충제를 뿌려놓은 망을 피해 다니는 비율이 다른 모기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살충제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집트숲모기 57.7%와 열대집모기 54.4%는 살충제를 뿌려놓은 망을 그대로 통과했지만 노출 경험이 있는 모기는 각각 15.4%, 12.1%만 망을 통과했다.
하수도 주변에 모기약을 뿌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쉴 곳을 찾을 때도 살충제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모기들은 10마리 중 7~8마리꼴로 살충제 냄새가 나는 곳을 피했지만, 살충제 경험이 없는 모기들은 이런 비율이 10마리 중 5마리꼴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살충제에 노출된 뒤 살아남은 모기들이 살충제의 후각적 자극을 해로운 영향과 연관 지을 수 있어 이를 피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더 안전하게 피를 발 대상이나 쉴 곳을 찾고 번식을 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모기 방제책 수립 때 모기의 인지력이 살충제 내성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로 취급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