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급성중독' 유발 물질 놓고 두성산업·제조업체 책임 공방

두성산업 "성분 속아 사용" 주장…제조사, 전면 부인

직업성 질환자 16명을 발생시킨 세척액 트리클로로메탄 성분과 관련해 제조·사용업체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18일 압수 수색을 한 두성산업 외에 세척액 제조·유통업체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두성산업은 이날 사내 근로자 71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에서 "세척액 공급업체가 트리클로로메탄이라는 독성 물질을 디클로로에틸렌이라는 물질로 속여 회사에 판매했다"며 트리클로로메탄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작년 10월 기존에 썼던 세척액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사용이 금지되자 샘플 조사를 거쳐 12월 2일부터 새 세척액을 사용했다.

업체가 공유한 새 세척액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보면 구성성분은 디클로로에틸렌, 다이메틸 카르보네이트, 수소 처리된 경질 정제유 등이다.

이번 급성중독 사태의 원인이 된 트리클로로메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주장은 달랐다.

세척력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 트리클로로메탄 함유량을 늘려 새로 세척액을 납품했으며, 2차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만들어 전달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 측은 "유통업체로부터 트리클로로메탄 함유량을 늘리라고 연락을 받고 법정 허용치 내 트리클로로메탄을 함유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트리클로로메탄 함유량을 명시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출했다"며 고의로 트리클로로메탄 함유를 숨겼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세척액 제조·유통 전반에 걸쳐 위반사항이 없는지 조사에 나섰다.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두성산업과 제조업체, 유통업체 등 3곳을 상대로 제조·유통과정 전반을 조사 중"이라며 "면밀히 수사해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는 제품 세척 공정 중 트리클로로메탄에 대한 급성 중독자가 16명 발생했다.

이들은 간 기능 수치 이상 등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자택에서 약물 치료 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환자들은 세척제에 포함된 트리클로로메탄에 기준치보다 최고 6배 이상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트리클로로메탄은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주로 호흡기를 통해 흡수된다.

고농도로 노출되면 간 손상을 야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