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등 할래"…삼성 vs 키움 '세계 최초 ETF' 맞수전 [돈앤톡]

삼성·키움운용…'미 ETF산업 투자' ETF 준비 중
누구든 내놓으면 세계 첫 ETF

키움 이르면 4월 초 상장
삼성운용도 시간차 두고 출격
사진=연합뉴스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가 짧은 시간차를 두고 거의 동일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을 예정이어서다. 어느 운용사의 ETF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키움운용은 전일 한국거래소에 '키움 코세프(KOSEF) STOXX 미국 ETF 산업' ETF의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일정에 따라 시기가 조율될 수 있지만 이르면 오는 4월 초 상장한다는 계획이다.'키움 KOSEF STOXX 미국 ETF 산업'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ETF 운용사와 거래소, ETF 투자 관련 사업자, 지수·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자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미국 ETF 산업의 이해 관계자에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미국 ETF 산업' ETF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번이 첫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벤치마크 지수는 'STOXX 미국 ETF 산업 INDEX'다.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 스톡스(STOXX)사의 모회사인 '퀀티고'(Qontigo)와 키움운용이 공동 개발한 지수다.

지수의 구성종목을 선정하는 절차는 크게 두 단계다. 먼저 미국 시장에서 ETF 산업과 관련된 자산운용사, 투자서비스, 금융데이터제공업, 소프트웨어, 다각화 금융 분류에 속하는 종목들을 선별한다. 이들 종목 중에서 ETF 관련 매출의 비중이 50% 이상인 곳을 고른 뒤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20개 종목을 지수에 편입하는 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독특한 콘셉트의 ETF를 준비하는 운용사가 한 곳 더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ETF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운용이다. 삼성운용은 키움운용과 마찬가지로 '미국 ETF 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상장하기 위해 최근 거래소와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벤치마크 지수는 인도 지수사인 '인딕스'(Indxx)와 협력해 개발한 'Indxx 미국 ETF 산업 톱 10 Index'다. 작년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도 인딕스사와 협력한 결과물이다. 삼성운용으로선 인딕스와의 지수 공동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움운용과 삼성운용은 ETF 산업에 투자하는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있다. 키움운용이 상위 20개 종목을 담는 데 반해 삼성운용은 종목 10개를 선별해 투자한다. 삼성운용 ETF의 자산구성내역(PDF)은 데이터 제공업체 4종목과 거래소 3종목, 지수사업자 2종목, 운용사 1종목으로 구성된다. 운용사와 지수사업자를 높은 비중으로 담는 키움운용과는 차이가 있다.

삼성운용 ETF운용 담당자는 "미국 ETF 산업의 고성장을 전망하면서 작년 7월부터 이번 상품을 기획하게 됐다"며 "콘셉트가 독특한 탓에 다른 운용사와 겹칠 줄은 몰랐다. 이달 안으로 상장예비심사 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삼성운용과 키움운용의 ETF는 2주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상장될 전망이다. 순서는 키움운용이 먼저다. 통상 같은 지수를 추종한다든가 비슷한 테마를 내건 ETF들이 같은 날 상장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내부 기준에 따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ETF상장팀 관계자는 "키움운용은 작년 12월 분기 희망 수요를 조사했을 때 이 콘셉트의 ETF에 대해 첫 번째로 하겠다고 나선 곳이었고 오랜기간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운용의 경우 이미 앞서 심사하고 있는 상품이 있는데다 추가 심사 여력이 부족해 순차적으로 하려다보니 상장이 늦춰진 측면이 있다. 양사의 준비 정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