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영업 연장해봤자 손님 없긴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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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發 한파…서울 주요 상권 가보니
홍대·광화문 거리 등 인적 끊겨
장사 안돼 한숨 짓는 자영업자
"하루 손님 한팀 밖에 못받아
영업제한 폐지해야 살아날 것"
확진자 10만명 훌쩍 뛰어넘자
지하철 승하차 인원 확 줄어
이젠 택시도 손님없어 '빈차'로

1층 옷가게를 둘러보는 손님은 두세 명에 불과했고, 건너편 카페는 손님 하나 없이 직원만 홀로 지키고 있었다.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됐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 종일 손님이 한 팀밖에 오지 않아 매출이 3만원에 불과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4석 식당엔 손님 한 명뿐

퇴근한 직장인이 많이 찾는 광화문 등 업무지구 상권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재택근무는 늘고, 저녁 회식 자리는 줄면서 손님 발길이 끊겼다”는 게 주변 식당 주인들의 얘기다.지난 18일 오후 7시, 북촌에서 20석 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53)는 “오미크론 창궐 전엔 퇴근시간대에 손님으로 가득 차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작년에 비해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확산 후 하루 종일 10팀도 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15년째 만둣집을 운영 중인 나모씨(55)는 “작년에도 장사가 안됐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지금은 작년 말보다 매출이 30%가량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연장 효과 없어”
자영업자들은 19일부터 영업시간이 10시로 연장된 것도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15년째 신촌에서 낙지요리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63)는 “영업제한 시간이 9시든 10시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19일엔 손님이 10팀이 채 오지 않았고, 20일은 오후 2시까지 손님 6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밥 100그릇을 파는 것보다 술 먹는 손님 몇 팀을 받는 게 매출에 더 좋기 때문에 영업제한 시간을 완전히 풀어야만 자영업자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후 서울 지역 번화가의 유동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2호선 강남역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16만7000명으로, 작년 11월 첫째주 금요일인 5일(17만6000명)보다 5.1% 줄었다. 5호선 광화문역 승하차 인원은 같은 기간 6만3000명에서 5만5000명으로 12.7% 감소했다.
‘택시 대란’도 사라져
위드 코로나 직후 벌어진 유동인구 급증에 9시 영업제한 규제가 맞물려 벌어졌던 ‘택시 대란’도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23년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B씨는 “지난달부터 손님이 작년 12월에 비해 30% 줄었고, 오후 10시가 넘어가면 한 시간 동안 손님 한 명 못 태울 때도 많다”고 했다.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였을 때는 9시부터 30분 정도 ‘콜’이 폭발적으로 몰렸는데, 영업시간 연장으로 앞으로는 10시~10시30분이 피크타임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이에 따라 소상공인단체들은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외식중앙회 등 14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는 18일 “지금 즉시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철폐해 자영업자가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 2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자영업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21일부터 24시간 영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예린/장강호/이광식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