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단일화 파기' 尹 책임론 제기 속 李 지지율 반등 기대감

'安 완주' 시사에 "최악 시나리오는 피했다"
야권 균열화 시도 속 安과 연대 타진론도 고개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협상 철회를 선언하자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지지율이 벌어진 중대한 원인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꼽아온 만큼, 만회할 계기가 생겼다는 판단이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안 후보가 던진 단일화 이슈가 국민적 관심사가 돼 이 후보와 윤 후보 사이의 격차를 2∼3%포인트가량 벌어지게 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야권 단일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 민주당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민주당은 단일화 협상 실패 책임론을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게 돌림으로써 야권내 균열을 극대화하는데도 열을 올렸다. 이를 통해 야권 지지층이 윤 후보 쪽으로 결집하지 않도록 울타리를 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저런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이준석 대표나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 측에서 안철수 후보를 모욕하고 모멸한 그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책임론을 부각, 안 후보 측 지지자들이 일시에 윤 후보 쪽으로 옮겨가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4선 의원도 통화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윤 후보의 편협함을 국민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천명한 만큼 윤 후보의 표를 오히려 안 후보가 끌어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지지자 일부가 윤 후보 쪽으로 이동할 수는 있으나 '윤 후보 당선=정권교체'라는 명제가 약해지면서 이재명 후보가 중도층·부동층을 파고들 공간이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당장 다음 주중 이뤄지는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역전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며 "단일화와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던 부동층은 오늘 일로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7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한 결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4%로 41%를 기록한 윤 후보에 7%포인트 뒤졌었다.

'의견을 유보한다'는 응답은 10%로 직전 조사인 1주 전과 같았다.
선거판이 다시 요동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다시 조심스럽게 타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 안 후보를 향해 직접적인 '러브콜'을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 후보가 안 후보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조심스레 공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송 대표는 이날 "저희는 안 후보가 제시한 과학기술 강국 아젠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하며 통합정부의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에는 당장 이재명-안철수 후보의 연대가 성사되지는 못하더라도 혹시 모를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해보겠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