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일단 불발…대선 결국 4자 구도로 가나

"대선판 다시 요동" vs "영향 제한적" 전망 엇갈려…여야 엇갈린 셈법
安 지지율 따라 단일화 압력 되살아날 수도…국힘 "정권교체 계속 노력" 여지
민주, 안도감 속 安·尹 사이 '틈 벌리기' 시도…지지율 향배가 관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한 단일화 제안을 20일 전격 철회하면서, 17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야권 후보 단일화가 막판 대선 구도를 뒤흔들 중대 변수로 거론돼온 가운데 단일화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판이 출렁이는 양상이다.

여야는 모두 단일화 결렬에 따른 손익을 계산하면서 향후 선거 전략을 분주히 재검토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4자 구도가 고착화되고 정권심판론의 표심이 흩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요소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반면 단일화 변수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며, 향후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휴화산처럼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선거전 막판으로 가면서 결국 제3지대는 힘을 잃고 여야 지지층이 총결집하면서 단일화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이, 윤 후보간 양자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안 후보의 이날 완주 마이웨이가 판세를 요동치게 할 만큼 파괴력이 있을지, 아니면 기존의 흐름에 큰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를 두고도 정치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 당분간 4자구도…"정권교체 표심 분산" vs "결국 양강구도 귀결"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13일 후보 등록 직후 윤 후보에게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지 일주일만이다.

특히 안 후보는 자신의 단일화 제안 이후 국민의힘의 태도를 두고 "정치 모리배 짓", "경우가 없다"는 등 강한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이어 서울 홍대 거리에서 유세를 하는 등 곧바로 선거운동 일정을 이어가는 등 단호하게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대선 구도는 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포함한 4자 대결로 진행된다.

이번 선언이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강' 사이에서 독자 행보에 나선 안 후보가 어느 정도 파괴력을 유지하느냐가 최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 후보가 이번 제안으로 '단일화 꼬리표'를 떼고 양강 후보에게 흩어졌던 지지세를 회복한다면 대선 막바지 '정권교체 표심 분산'이 핵심 변수로 재부상하면서 대선 판도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원하는 안 후보의 지지층이 사표 방지 심리에 따라 윤 후보 쪽으로 옮겨갈 경우 안 후보의 입지가 축소되면서 사실상 양자 구도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50∼55%에 달하는 정권 교체 여론을 고스란히 끌어안지 못하는 가운데,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막바지로 갈수록 단일화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분주해진 여야…'틈벌리기' 나선 민주·'재담판' 열어둔 국힘
여야는 각자 물밑에서 안 후보의 행보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조금 더 급해 보이는 곳은 국민의힘 쪽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안 후보의 독자 행보 가능성에 무게를 싣되, 향후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한 단일화 논의가 다시 이뤄질 불씨를 살려두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 후보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양측 책임 있는 분들이 소통을 꾸준히 해오셨기에 오늘 안 후보 회견을 저희로선 상당히 의외"라며 "바텀업(상향식)으로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탑다운(하향식) 방식은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니냐. 길은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고도 말했다.

단일화 결렬에 대한 '책임론'이 쏠리는 것을 회피하고 향후 여론조사가 아닌 담판 형식의 단일화에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유세차 사고로 사망한 고인을 모독했다며 공개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등 독자 행보의 명분을 강조하고 있어 '재담판' 가능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단일화 불발에 따른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일단 야권 단일화 불발에 안도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 여론이 한 곳에 결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장 피했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에게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는 등 불리하게 흘러가던 국면을 반전할 계기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21일부터 시작하는 주중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역전하는 조사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막판 단일화 이슈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표정 관리를 하면서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틈'을 벌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선대위 백혜련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 유세차 사고로 사망한) 고인을 욕보인 패륜적 발언을 취소하고 즉각 무릎 꿇어 사죄하라"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는 반대로 당사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를 향해 "저희는 안 후보가 제시한 과학기술 강국 어젠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다만 단일화 논의가 언제든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다, 안 후보의 이번 제안이 전체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는 만큼 여전히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