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길 찾아줘" "지니야, 음악 틀어줘"…내 차에 말 통하는 'AI비서' 탔다

커넥티드카 사업 뛰어드는 통신업계

SKT, 볼보에 車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장착
'T맵 오토' '플로' 등 말만하면 척척 가동

KT, 벤츠에 음성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주행 중 환율·날짜·위치 정보 등 검색

LGU+, 네이버 클로바 손잡고 '인포콘' 개발
쌍용차에 적용…푸조와 커넥티드카 사업도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자동차 제조사들과 손잡고 차세대 커넥티드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통신모듈이 장착된 자동차로 차량 내·외부, 인프라, 외부기기 등과 인터넷 액세스 및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함께 다음 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이통사들이 유명 수입완성차에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휴대폰 등 개인용 단말기에 주로 쓰이던 음성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 차량에 접목된 점도 돋보인다.

한국말 알아듣는 수입차

KT는 미국의 차량용 AI 음성인식 솔루션 기업 세렌스와 협력해 메르세데스-벤츠 차종 일부에 AI 음성인식 서비스를 공급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KT가 세렌스와 2018년부터 공동으로 연구개발(R&D) 해온 결과물로 KT는 AI 음성인식 솔루션을, 세렌스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했다. 세렌스는 세계적인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영어 인식에 강점이 있다. KT는 자사의 한국어 기반 음성인식 AI를 제공해 한국 사용자에게 최적화했다. S클래스, EQA 등 벤츠의 일부 차종에 적용되며 더 많은 차종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음성기반 시스템으로 주행 중인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위치 정보 확인과 온라인 콘텐츠 검색 등을 음성으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환율, 날짜 및 시간, 위키피디아, 단위변환, 소셜챗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KT 관계자는 “현재는 옵션 사항이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생산하는 차에는 기본 기능으로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보검색 서비스 외에도 음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콘텐츠 서비스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기능이 모빌리티로

수입차에 통신사의 AI플랫폼이 도입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 볼보자동차는 SK텔레콤의 통합형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적용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를 공개했다. 양사는 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약 300억원을 들였다.
SK텔레콤의 AI플랫폼 ‘누구 오토’, 티맵모빌리티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 오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 등 SK텔레콤의 각종 서비스를 차량용으로 최적화했다. 손을 쓸 필요 없이 ‘아리아’를 부르면 무료 도로를 찾아주고 경로를 설정해준다. 볼보에 따르면 음성 인식률은 96%에 이른다.검색기능, 내비게이션, 라디오 등 SK텔레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부분이 원래 휴대폰 등 단말기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다. 이젠 휴대폰을 차량에 고정하거나 연결하는 등 손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V리모컨을 대체하던 가정용 AI스피커를 차량에 최적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커넥티드카 시장…고도화가 관건

LG유플러스도 네이버와 함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포콘’을 개발했다. 인포콘은 수입차에 적용되진 않았지만 국산차인 쌍용차의 코란도와 티볼리 두 모델에 2020년부터 적용됐다.

인포콘은 차량 내부 시스템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외부 연동된 LG유플러스의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접목해 다양한 서비스도 가능하다. 전문 음악 플랫폼을 활용한 스트리밍과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수입차인 푸조와도 커넥티드카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2020년 9월 출시된 푸조의 ‘DS 3 크로스백 E-텐스’는 LG유플러스의 LTE망과 연결돼 있다.IT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각종 IT기술과 모빌리티의 결합이 더 고도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커넥티드카에 대한 전망은 밝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30년 커넥티드카 관련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7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커넥티드카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커넥티드카는 2015~2020년까지 연평균 36.8%의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커텍티드카는 지난해 7월 기준 450만 대에 이른다. 같은 해 말 자동차 총 등록대수(2478만 대) 대비 약 18%를 차지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