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학동참사 관련 현산임원 영장…"끝까지 수사" 약속 지켰다

입찰 비위에 관여 '입찰방해' 혐의…구속영장 재신청
"수사 끝난 거 아닙니다. 현대산업개발 원청 개입 여부 끝까지 규명할 겁니다."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처벌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에 경찰 간부가 한 말이다.

경찰이 수 개월간 후속 수사를 이어가 이 약속을 지켰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입찰방해 혐의로 현산 임원 A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A씨는 일반건축물 철거 업체 선정을 '지명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종 철거 업체로 선정된 한솔 기업 측에 구체적인 입찰 가액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입찰에는 브로커에게 금품을 준 2곳 업체가 현산 측의 지명에 따라 참여했는데, 최종 선정된 업체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탈락 업체인 다원이앤씨 측도 결국 철거 공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입찰 비위는 결국 불법 재하도급으로 이어져, 최초 50억원 상당으로 책정된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업체에게는 11억원에 맡겨졌다.관련 재판에서는 한솔 측이 11억원 중 2억원을 더 가져갔다는 증언까지 나와, 최종 공사비는 9억원까지 줄어들어 부실 철거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A씨는 현재까지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수사를 확대, 조합과 정비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신병 처리를 검토할 방침이다.또 현산 본사 내 결재라인에 있던 이들을 대상으로 관여 여부를 규명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하며 쓰러져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 17명이 죽거나 다쳤다.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구성한 경찰은 붕괴 참사의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관련 9명을 기소 의견 송치(5명 구속 송치)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원청인 현산 측 관계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는 이유로 '꼬리자르기식'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본사 측 관계자인 안전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현산 측이 불법 재하도급을 인지하고 묵인한 정황도 밝혀냈지만, 건설산업기본법상 원청이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공모하지 않았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는 법 규정에 부닥쳤다.

경찰은 불필요한 해명을 이어가는 대신 "아직 수사가 끝난 거 아니다"고 공언하고 후속 수사를 이어갔다.

결국 여러 차례의 보완 수사와 구속 영장 재신청을 거쳐 이날 최종적으로 현산 임원에 대한 신병 처리에 나서게 됐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원인과 책임자 규명 수사 종료 후 수 개월간 후속 수사를 이어가 브로커들을 구속 송치하고, 입찰 비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신병 처리에 나서게 됐다"며 "구속 영장 청구와 발부는 검찰과 법원이 결정할 사안으로, 경찰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산은 광주 학동 붕괴참사 발생 7개월여 만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16개 층에 걸쳐 구조물이 붕괴해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를 또다시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