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신사업 '플레이어' 된 종합상사…연내 해외 진출 가속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통적인 중계무역(트레이딩)의 틀에서 벗어나 전기차 밸류체인에 직접 참여한 종합상사들이 속속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내 유럽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며, LX인터내셔널은 니켈 광산 인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단순히 중간에서 수요-공급을 맞춰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제조업에도 손을 뻗치며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플레이어’로 뛰겠다는 전략이다.

제조업 뛰어드는 종합상사들

21일 종합상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내 구동모터코아의 유럽 생산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나라는 슬로바키아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모터코아는 전기를 발생시키는 모터 구성품 중 하나로 내연기관차로 따지면 엔진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유럽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아시아(중국), 북미(멕시코), 유럽 모두에 생산기지를 두게 된다. 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전기차 부품 생산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에 대비해 미리 자체적으로 물량을 준비해 두고, 안정적으로 고객사에게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모회사인 포스코로부터 양질의 철을 공급받아 구동모터코아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물량을 외부 소싱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확보할 수 있다는 배경 자체가 상사 수익성이나 영업이익률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구동모터코아 생산능력은 올해 188만대(국내 168만대, 해외 20만대)에서 2025년 400만대(국내 200만대, 해외 200만대)로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해외 생산능력을 10배 가량 늘릴 예정이다. 중국 공장 90만대, 북미 65만대, 유럽 45만대 식이다.

전기차 부품 공장에 니켈 광산 투자까지

전통적으로 차량소재 사업에 강점이 있는 현대코퍼레이션은 신기인터모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기인터모빌은 차량용 고기능 경량 플라스틱 제조업체다. 경량 플라스틱은 범퍼, 대시보드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전기차나 수소차에도 필요한 부품이다. 이르면 연내 인수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자동차 부품용 플라스틱 사출 ·도장 공장도 짓고 있다. 오는 3~4월 완공될 예정이다. 칼리닌그라드에는 현대·기아차 생산 공장이 있어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이외 리튬 강소업체 등 전기차 소재 회사들에도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정몽혁 회장이 “업종의 한계에서 벗어나 차량용 부품 제조는 물론 전기차 부품 제조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트레이딩 위주 사업구조 탈피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니켈 광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은 연내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역은 인도네시아 인니 등지로 정해졌다. 최종적으로 어떤 광산에 투자할지는 현재 후보군을 추리고 검토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를 니켈 사업을 본격화하는 해로 삼고, 인니 이후 다른 광산도 투자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