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중소기업에 회계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 부담을 덜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날 회계업계·유관기관이 참석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이 전문 회계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면서 "현행 회계기준과 감사기준 적용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제4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도 중소기업에 적용할 예정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 감사 의무화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국제기준과 정합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할 방법이 있는지 회계기준원, 공인회계사회 등 관계 기관들과 함께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상장사 직원의 거액 횡령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회계 부정 혐의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사건이 이어지자 감사 의무 완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고 위원장은 "일부 상장사들의 일탈행위'로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해 감사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기존 정책방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고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수립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우리 ESG 공시제도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선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품질관리체계가 우수한 회계법인에 감사인 군(群) 분류와 감사인 점수 산정에서 우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 품질관리 우수 법인에 감사인 지정 인센티브 부여 ▲ 중소기업 지원 데스크 운영 ▲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 제재 면제 ▲ 비상장 중소기업 대상 감사 기준·절차 완화 등을 건의했다.
업계의 건의에 대해 고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과 회계법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불가피한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에 대해 작년과 같이 제재를 면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간담회에는 김영식 공인회계사회 회장, 김의형 회계기준원 원장, 윤훈수 삼일회계법인 대표, 김교태 삼정회계법인 대표, 박용근 한영회계법인 대표, 홍종성 안진회계법인 대표, 배홍기 서현회계법인 대표, 이진복 중정회계법인 대표, 이유정 정진회계법인 대표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