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SKT 회장 겸직한다…"AI 혁신 지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경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직을 맡아 그룹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사업을 직접 챙긴다.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무보수·미등기 회장 보임

21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며 "미등기 회장으로 보임되는 만큼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근본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최 회장 보임 후에도 SK텔레콤의 일상적 경영활동은 전문 경영인인 유영상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이 담당한다. SK그룹은 "SK텔레콤 주요 의사결정도 이사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최 회장은 앞서 SK텔레콤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들과 미리 만나 보임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룹 산하 주력 기업으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 대해선 미등기 회장으로 있다. 여기에다 SK텔레콤 미등기 회장직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보수는 SK㈜와 SK하이닉스로부터 받는다.

"SK텔레콤 AI 사업 돕는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SK텔레콤의 AI 혁신을 돕고, SK그룹 ICT 전반의 근본적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번 보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텔레콤 사내 게시판을 통해 “글로벌 AI 기업으로 혁신하려는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SK텔레콤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최 회장은 이 메시지에서 "SK텔레콤은 SK그룹 ICT 사업의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도전을 성공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며 "그룹 최고 경영진으로서 이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AI는 작년 11월 인적분할 후 ‘SKT 2.0 시대’를 표방하고 나선 SK텔레콤이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공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지난달엔 AI 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해 ‘사피온코리아’를 세웠다. 구독 서비스 ‘T우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에도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메타버스에 AI를 접목한 '아이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AI비서 '아폴로(가칭)'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서비스형 AI(AIaaS)로 세계 진출을 하는 게 목표다. 이를 달성하려면 SK그룹 각 사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분야 기업들과 협력이 필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M&A 등으로 사업 영역을 키워본 경험이 풍부하다”며 “AI 사업 기회를 발굴·개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 ICT '삼각편대'도 힘받아

이번 발표로 SK텔레콤·SK스퀘어·SK하이닉스 등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3사간 시너지 협의체도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세 기업은 AI 반도체 기업을 미국에 설립하고, 1조원 규모 자금을 마련해 ICT 유망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3사는 총 800억원을 투입해 미국에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SAPEON Inc.)을 설립한다. SK텔레콤이 전체 지분의 62.5%를 맡았다. SK하이닉스가 25.0%, SK스퀘어가 12.5%만큼 투자했다. SK텔레콤이 AI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 역할을 맡으면 3사간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의체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신사업 결정 등이 더욱 빠르고 명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