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이 '편파 판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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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뉴욕 특파원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20일 폐막했다. 올림픽 기간 한국에선 반중 감정이 커졌다. 쇼트트랙에서 집단 실격이 나오는 등 편파적인 경기 운영 탓이다. 중국 중심의 운영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나타났다. 그런 덕분인지 2018년 평창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을 땄던 중국은 이번에 아홉 개를 거머쥐며 미국을 제치고 종합 순위 3위에 올랐다. 중국이 굳이 한국을 겨냥한 건 아니겠지만, 잘하는 종목이 비슷하다 보니 우리에겐 더 큰 아픔을 줬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자국 이기주의 심화하는 中
이는 미·중 갈등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추격해오는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주자”며 중국에 있던 제조업의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추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 탓이라며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4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미국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을 의결했다. 이 법은 작년 6월 상원을 통과한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과 병합돼 올 1분기 시행될 예정이다.중국의 도전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플라자 합의는 부상하던 일본을 상대로 힘을 썼던 사례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2027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에 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내에도 불만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잘 표현하지 않는 수동적 문화를 가진 나라다. 메이와쿠(민폐)를 꺼리고, 혼내(속마음)와 다테마에(겉모습)가 다르다. 가끔 누적된 불만이 국수주의 외교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대상은 주로 한국 등 이웃 국가다.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는 미국의 압박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세계 각국이 긴축으로 돌아선 반면 중국은 완화적 정책을 시작한 배경이다. 인구 감소, 공산당 독재 등 내부 문제도 심각하다. 이럴 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스포츠를 통해 중국인을 하나로 만들어 불만을 잠재우려면 편파 판정은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교훈 얻어야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설립자는 “미·중 관계는 명확하다. 미국이 도전받는다고 느낄수록 중국은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고통이 심각해진다면 불만을 내부에 가둬놓기 어려울 수 있다. 분노를 외부로 돌릴 경우 그 대상은 한국 등 이웃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감정 표출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완력을 쉽게 써왔다. 최근에도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호주와의 갈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사례가 많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사그라드는 러시아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했고, 미국과 유럽은 경제 제재 위협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망가지지는 건 우크라이나다. GDP는 2013년 1800억달러에서 2020년 1500억달러로 줄었다. 2014년 크림반도 전쟁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1990년대 말 5000만 명이 넘던 인구는 2020년 4400만 명으로 감소했다. 지금도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 낀 나라의 비극이다.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이때 우크라이나를 보며 한반도를 떠올린다면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