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만기연장 종료해도 당장 충격 없다"는 은행
입력
수정
지면A8
"충당금 충분히 쌓아 문제 없어"은행들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가 종료되더라도 큰 부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내다보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 "다중채무자 몰린
2금융권부터 부실 우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한 금액(중복 포함)은 157조3800억원, 건수로는 65만7405건이다. 건당 2억3939만원의 대출 만기가 연장됐다. 원금 상환을 미룬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조3044억원, 건수는 2만7052건이다. 건당 3억4394만원 수준이다.이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이자 상환을 유예한 경우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당장 번 돈으로 이자도 내기 어렵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상환을 유예해준 이자 금액은 842억원, 총 6617건(건당 1300만원)으로 여기에 연 3%대 금리를 적용하면 대출 원금은 1조573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자 상환 유예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설령 모두 부실화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임필규 KB금융 리스크관리총괄 부사장은 지난 8일 실적발표회에서 “원금·이자 상환유예 금액은 8600억원으로 차주가 정상 상환하겠다는 금액이 3700억원”이라며 “나머지 5000억원은 차주들의 상환 능력과 담보 비율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은행)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우려하는 건 금리 추가 상승 여부다. 차주의 자금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가 후퇴하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수 있다”고 했다.자영업자 부실이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건 은행에만 한정된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의 ‘뇌관’은 다중채무자가 많은 2금융권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금액은 총 1조5340억원 규모다. 한 신용카드사 대표는 “만기 연장이 종료되면 다중채무자의 경우 먼저 대출을 회수해야 부실 채권을 떠안지 않기 때문에 회사 간에 극도의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