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 가르기와 부동산 양극화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뉴스1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조정하면서 방역패스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히려 법원에서 제동을 건 청소년 방역패스를 한 달 연기한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방역패스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경우는 성인의 4%에 불과하고, 전체 국민에게 적용되는 거리두기에 비해 더 효과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성인 4%'란 발언을 듣고 '상위 2%'라는 종부세 논리가 떠오른 건 현 정부의 국민 편 가르기에 대한 트라우마일까요.

조금 과한 비유이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 한 명을 죽여서 그 사람의 장기를 불치병을 앓고 있는 다섯 명의 환자들에게 이식해 그들을 살리고자 한다면, 영화에나 나오는 괴기스러운 일이란 걸 누구나 알 겁니다. 개인은 다른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목적이라 해도 타인을 희생시켜 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정부의 정책은 특정 계층을 희생시켜 모호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내놓은 정책과 법안마다 국민 편 가르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부자와 서민을 갈라치는 것은 기본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반일과 친일 심지어 방역의 현장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마저 편 가르기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부동산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임대인과 임차인,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지방 등 부동산 부문에서의 편 가르기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입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공시가 상위 2%로 한정한 것은 국민 편 가르기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1가구 1주택자마저 부자로 낙인찍어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를 달래려는 의도일 겁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라 공시가 상위 2%는 변하고, 때문에 해마다 종부세 납부 대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동산시장이 하락한다 해도 공시가 상위 2%에 포함되면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98% 대 2%의 갈라치기는 대표적인 ‘부동산정치’입니다. 2%를 버리면 98%를 얻을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접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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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민 편 가르기는 부작용이 큽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양극화입니다. 똘똘한 한 채는 국민 편 가르기의 부산물일 따름입니다. 중첩된 규제로 인해 고가아파트는 갈수록 희소해지고 있으며 수요도 줄었지만 주거선호지역의 고가아파트 공급은 더 줄었습니다.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2022년 1월 현재 상위 20% 아파트와 하위 20% 아파트 간의 매매가격 차이(5분위 배율)는 9.8배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고가아파트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영국의 부동산정보업체인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에 의하면 2021년 4분기 서울의 고가아파트(상위 5%) 가격은 연간 21.0% 상승하여 세계 4위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 1분기에는 무려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을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가 뻔한 정책을 30차례 가깝게 내놓은 것은 '부동산정치'에 기반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가 부자들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갈라치기의 수혜자는 오로지 본인들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 편 가르기나 갈라치기가 일시적으로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고 선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 가르기는 국민통합을 해치고 국가 운영 시스템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만약 방역패스가 계속 유지된다면 2차 접종 완료자의 상당수가 180일이라는 유효기간을 넘기게 돼 불편을 겪는 성인의 비율은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첩된 규제로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벼락 거지가 되어 고통받는 무주택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규제의 대상이 늘어나는 상황을 주목해야 합니다.

정권 초기에는 편 가르기의 대상이 단지 다주택자였습니다. 다음은 1주택자, 이제는 무주택자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나는 상관없다는 인식은 편 가르기 정권에서는 통할 리가 없습니다. 부동산 양극화의 덫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겁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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