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팔' 그 후…스물, 아홉 이혜리의 범상치 않은 성장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로서 역 이혜리
"겪어보지 않은 시대, 납득 위해 고민 多"
"유승호와 로맨스 케미 별 4개 반"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6년. 이혜리는 자신의 성장을 제대로 증명해냈다.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이하 '꽃피달')를 통해서다. 첫 사극 드라마에 도전한 그는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으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지난 22일 종영된 '꽃피달'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시청률 기준 5.9%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 남영(유승호)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 강로서(이혜리)의 로맨스를 담았다. 드라마는 밀주꾼과 감찰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그려내며 쫄깃한 재미를 선사했다. 10년 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촘촘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혜리는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더울 때부터 추울 때까지 열심히 찍었던 드라마라 종영을 한다니 실감이 잘 안 난다"면서도 "많은 분이 울고, 웃으며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화 '물괴'를 제외하면 이혜리에게 사극 드라마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처음이었다. 그는 "베테랑인 유승호 선배님이 있었기에 든든했다"고 귀띔했다.

"촬영 시작하기 전부터 유승호 오빠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조언도 많이 얻었고요. 구체적인 팁을 주셨다면 오히려 걱정이 더 컸을 텐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 장점과 반면 걱정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셔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고 했던 것 같아요. 동료들과 감독님이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이혜리는 '꽃피달'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단연 '소재'를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순식간에 읽었고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제가 드라마를 선택할 때 극의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이 비슷한지를 봐요. '꽃피달'은 그 밸런스가 잘 맞았던 작품입니다."

극 중 이혜리가 연기한 강로서는 가세가 기운 양반 집안의 자제로, 금주령의 시대에 술을 빚게 된 생계형 양반이다. 그는 번뜩이는 두뇌와 금주령의 시대에 밀주꾼이 될 만큼 강인하고 씩씩함을 지닌 캐릭터다. 평소 이혜리가 보여줬던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강로서의 감정선을 생생히 전달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이혜리는 "이런 시대를 겪어보지 못했기에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까지 해도 시청자들이 공감해주실까? 이런 시대에 이런 걸 해도 납득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아이엔지
이혜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만족했던 부분은 액션 신이었다. "구르고, 쏘고, 뛰고…초반 시나리오를 봤던 것보다 후반부에 액션 장면이 많고 강력해지더라고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던데요? (하하) 감독님이 '생각보다 몸을 잘 쓴다'고 해주셨는데요 제가 칭찬을 받으면 열심히 하는 성격이거든요. 로서가 초반에 활 쏘는 장면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활을 만져보는 거예요. 저는 예전 작품 때문에 국궁, 양궁을 배운 경험이 있고요. 잘 쏘면 안 될 것 같아 어설프게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역으로 생각했죠."

유승호와 애틋한 로맨스를 선보인 이혜리는 "별 5개 중 4개 반"을 점수로 줬다. 그는 "서로에게 없는 모습을 발견하고, 행하는 걸 보며 멋진 사람이라 생각하고 서로를 천천히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표 역의 변우석과는 거리낌 없이 서로의 연기를 지적하는 사이였다고. "변우석은 너무 열심히 하는 배우라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빠 같으면서 친구 같은 느낌이죠. 연기하고 '지금 좀 별로야',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어요."결말에 대해 이혜리는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결말이 어떨 때는 '뻔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꽃피달'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부 엔딩과 수미쌍관 구조다. 비교해서 보시면 재미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꽃피달'은 이혜리에게 고마운 작품이다. 그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조금 어렵긴 한데 동료, 스태프들 모두 작품 안에서 너무 애써줬기 때문에 저는 크게 한 게 없는 것 같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인물의 의도를 더 잘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죠. 다음번에는 더 잘 해낼 것 같아요."

올해 스물아홉, 20대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게 된 이혜리는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 목표"라며 배시시 웃었다.

"잘 지키진 못해도 목표는 잘 세우는 스타일이에요. 건강을 위해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뭐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거기에 취해서 살고 있죠. 30대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몰랐는데 1월 1일을 맞는 기분이에요. 다들 30대 별거 없다고 하는데 설렘이 있어요.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열정 있는 상태로 맞이하고 싶어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