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값 상승 주범은 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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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기업 셸 부사장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헤지펀드 등 새로운 투자 주체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투자자 등장으로 천연가스 가격과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시장 장악해 가격 좌지우지"
21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티브 힐 셸 에너지 담당 부사장은 이날 연례 액화천연가스(LNG) 전망을 발표하면서 “작년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예년의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가격 급등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해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은 헤지펀드와 같은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하반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 천연가스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h당 136.91유로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일부 가스관을 잠그면서 지난 1월엔 180유로까지 뛰었다.
과거 헤지펀드는 원유 시장과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넷제로 정책’으로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공공 기업이 줄어들면서 헤지펀드가 이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은 지난 2년간 500건의 거래를 통해 600억달러(약 71조5600억원)에 달하는 가스, 석유 및 석탄 자산을 사들였다”고 전했다.힐 부사장은 “이들(헤지펀드)은 유럽에서 점점 더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뉴스와 가격 움직임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주체의 등장으로 연관성이 줄었다”고 했다.
셸은 유럽이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높이는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와엘 사완 셸 에너지솔루션 부문 부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되는 제재 등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산적해 있다”며 “공급 부족과 강력한 수요로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 주체의 등장은 변동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