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국, 이재명 말이 맞다"…2030세대의 냉소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국채를 엄청나게 찍어서 베네주엘라나 북한처럼 경제가 망해버리고, 달러만 쓰면 기축통화국이 되는 거 맞다."

지난 22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기축통화 이재명 말이 맞다"는 제목의 글이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TV 토론에서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글이다.
이 후보의 발언은 하루 만에 2030세대의 '밈(meme·유행 요소를 모방 또는 재가공해 만든 콘텐츠)'의 하나로 떠올랐다. 최근 2030 이용자가 주축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축통화국을 주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밈은 여권에 대한 2030세대의 반감도 실려 있다. 여권이 주도한 집값 정책이 대실패하면서 2030세대의 '내집 마련'이 한층 어려워지는 등의 영향도 작용했다. 여권의 '임대차3법'과 대출규제, 세금강화로 집값이 뜀박질하자 작년 2분기 서울 부동산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8.5배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18년5개월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집 한 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은 2030세대의 부채 부담과도 맞물린다. 이 후보가 뜬금없이 기축통화국 발언을 꺼낸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질문에 대응하면서 나왔다. 토론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국채는 국민이 가진 국가의 부채이기 때문에 한 나라로 보면 왼쪽 주머니, 오른쪽 주머니가 같은 것”이라는 과거 발언을 소개한 뒤 “국채는 얼마든지 발행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부는 통상 국채 상환 시점을 짧게는 1년 길게는 50년으로 잡는다. 최근처럼 재정수지가 나쁜 경우는 상환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룬다. 최근 발행하는 국채를 기성세대가 아닌 2030세대와 그 아래 세대의 혈세로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우려에 이재명 후보의 국채 발행과 기축통화국 주장에 유독 반발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의 기축통화국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엄밀하게 기축통화는 달러만 해당된다. 한국은행은 기축통화를 ‘여러 국가의 암묵적 동의하에 국제거래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통화’로 정의하고 있다. 한은은 홈페이지의 경제용어사전을 통해 "전 세계 외환거래 및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달러화는 거의 유일한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 다음으로 자주 거래되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은 교환성통화라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