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렸다 하면 수백만 조회수"…MZ, '이 유튜브'에 열광했다

'구독자 수직상승' 유튜브 채널 '숏박스'
"현실 고증 제대로" 네티즌 호평 일색
'극사실주의' 콘텐츠 인기 끄는 까닭은
사진=유튜브 숏박스 캡처
"디테일이 정말 미쳤습니다" "이거 보는 맛에 살아요" "현실 고증 제대로"

누가 유튜브를 '레드 오션'이라 했을까.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하면 단 며칠 만에 수백만 조회 수를 찍어버리는 채널이 등장해 연일 화제다. 하이러피얼리즘(극사실주의) 웹 예능 '숏박스'다.채널이 만들어진 지 4달도 되지 않았지만, 구독자 수는 80만 명에 달한다. 댓글 창에는 "역대급 현실 고증", "알고리즘 도둑", "구독자가 수직상승하네" 등 호평으로 가득하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몇몇 영상을 보면 인기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20일 자 '대실' 편은 영상 게시 4일 만에 200만 조회 수를 돌파한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다. 22일 기준 조회 수는 무려 약 430만 회다.

오래된 연인의 모텔 대실을 연출한 영상에서 두 남녀는 장기간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갖가지 '디테일'들을 정확히 짚어낸다.특히 매운 떡볶이를 시키면서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중국 당면을 추가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센스와 돈가스를 시켜 같이 먹는 등의 일상은 여느 커플들이 연애하며 즐기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음식을 시켜 먹고 잠시 낮잠을 청했던 남자친구가 객실 내 전화벨이 울리자 여자친구 대신 받는 모습에서 특히 공감을 자아냈다.

장수 커플을 연기에 보는 이들은 한결같이 "익숙함에 속지 않은 둘의 연애는 완벽하다", "익숙해진 속에서도 서로를 끔찍이 배려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감된다"는 반응을 넘어 편안함 속에 느껴지는 작은 배려와 애정이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
사진=유튜브 숏박스 캡처
숏박스는 대실 편뿐만 아니라 '축의금 얼마 내야 하는지', '로또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휴가를 나온 군인의 고민' 등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주제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영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분량은 길어야 4분. 그렇다고 고도의 촬영 기술이 동원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MZ세대는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전문가는 숏박스와 같은 극사실주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평범한 '일상의 부재'와 자극적이지 않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맞물린 게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최근 생겨나는 콘텐츠를 보면 편안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일어나고 있다"며 "극사실주의 콘텐츠의 인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먼저 젊은 세대가 요즘 TV를 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이동할 때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숏폼 콘텐츠(짧은 분량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또한 "장기화되고 있는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과 만남, 식사, 술자리 등 평범했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부상하면서 대리만족을 원하는 이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대한 위인의 영웅담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게 자리매김하게 되는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팀. 왼쪽부터 개그맨 김원훈, 엄지윤, 조진세.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처럼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숏박스의 인기비결은 단연 KBS 공채 개그맨 30기 김원훈, 31기 조진세, 32기 엄지윤의 배우 뺨치는 연기력이다. 최근에는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경닷컴에 "기쁘면서도 갑작스러운 큰 인기가 사실은 부담이 된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원훈은 "영상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부담이 된다. 기획, 촬영, 편집을 직접 하고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점점 채워가는 중"이라며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콘텐츠의 양보다는 질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숏박스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의 촬영 및 편집은 김원훈과 조진세 두 명이 도맡아 하고 있다.

조진세는 '인기의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극적인 연출을 자제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감 있게 묘사했기 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를 끈 '장기 연애' 시리즈에 대해선 "주변에 오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커플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보면서 '무미건조한 사랑을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제작하게 됐다"며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주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엄지윤은 "'장기연애' 영상이 화제가 된 후 알아봐주는 분들이 늘었다"면서 "최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다"라고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엄지윤이 꼽은 '숏박스' 콘텐츠 인기비결은 현실적인 외모의 주인공들과 힘을 뺀 과하지 않은 연기다.

그는 "기획할 때부터 재미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주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면서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확인하고는 김원훈과 조진세에게 연락해 '유튜브 오류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숏박스와 계약한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는 "코미디가 일상생활에서 멀어지면 재미가 없어진다. 공감이 코미디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한국에 많이 없었던 형태의 코미디를 소개할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며 "숏박스가 메타코미디의 크리에이터들과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한국 코미디씬에 뜨거운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메타코미디가 숏박스를 영입하며 코미디 레이블로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앞서 피식대학, 장삐쭈, 과나 등 독창적인 코미디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메타코미디로 일제히 모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팀. 개그맨 김원훈(왼쪽), 조진세.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숏박스의 목표는 '대한민국 1등 유튜브 코미디 채널'이다.

이들은 "공감대를 자극하는 영상뿐 아니라 짧은 드라마나 영화 수준의 영상을 제작해 더 풍성한 재미를 드리고 싶다"며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채널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미디 장르로 성공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보통 150만 명 수준에서 멈추곤 한다"며 "숏박스를 대한민국 1등 코미디 채널로 만들어 그 벽을 깨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민성,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사진 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