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거절에 전화·문자 580건 날려…집착이 낳은 극심한 공포감

쇠망치 들고 찾아가 닥치는대로 기물 파손…법원 잠정조치도 무시
재판부 "피해자·가족 극심한 고통…과거 살인·상해치사 전력"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의 집착은 상상을 훌쩍 넘었다. 만남을 거절당한 남성이 망치를 들고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릴 줄 꿈에도 몰랐던 여성은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A(56)씨가 지인을 통해 40대 피해 여성 B씨를 알게 된 시점은 지난해 9월 초.
이상한 낌새를 느낀 B씨는 A씨를 서서히 멀리한 순간부터 여태 경험하지 못한 집착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11월 17일, A씨는 B씨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7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한 달이 넘도록 이어졌다.

A씨가 12월 20일 오전까지 발송한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건 횟수는 모두 580건이었다.

그는 B씨가 자신의 연락처를 차단했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연락을 취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12월 20일 오후 7시께 전주시 완산구 B씨 주거지 앞으로 찾아갔다.

A씨는 대형 쇠망치를 꺼내 들어 현관문을 향해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고 문고리부터 도어락, 현관문 위 폐쇄회로(CC)TV까지 닥치는 대로 부쉈다.

그제야 화가 누그러든 A씨는 가까운 지구대로 가 자수했다. 법원은 이에 A씨가 B씨에게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잠정조치를 내렸다.

그런데도 A씨는 범행 이튿날 저녁, 일면식도 없는 상가 직원에게서 휴대전화를 빌려 B씨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

영문도 모른 채 전화를 받은 B씨는 또다시 소름 끼치는 '그놈 목소리'에 시달렸다.

A씨는 B씨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고 "너 어디 있냐. 내가 찾아가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A씨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2단독 정우석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일갈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엄벌도 탄원하고 있다"며 "스토킹 범죄는 상황에 따라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살인, 상해치사 등 폭력 범죄로 10차례 이상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을 했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