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촌마을의 생존전략…스타트업 손잡고 비건사업

해녀 절반 줄어든 창바우마을
돌미역 등 해초류 활용해
에이치엔노바텍과 대체육 개발

어민소득 늘고 인지도 향상 기대
포항 창바우마을 어민들이 수확한 돌미역을 다듬고 있다. /창바우어촌체험마을 제공
경북 포항의 어촌 ‘창바우마을’과 대체육 개발·생산 스타트업이 손잡고 해녀가 채취한 돌미역을 활용한 비건식품과 대체육 생산에 나선다.

소셜벤처 육성기관인 소셜캠퍼스온경북(센터장 박철훈)은 동해 돌미역 등 지역자원을 활용한 소셜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창바우마을(대표 김태섭), 에이치엔노바텍(대표 김양희)과 협약을 맺고 대체육 개발·생산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포항 장기면 신창2리는 인접 해안에 돌미역이 자랄 수 있는 ‘곳간(창)바위’가 집중 분포돼 창바우마을로 불린다. 과거 30명의 해녀가 있었지만, 지금은 줄어 15명의 해녀가 연간 100t 정도의 돌미역을 채취해 생산하고 있다.

해녀들은 겨울철에 호미를 이용해 기세작업(바위닦기)을 한다. 좋은 돌미역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수고를 거쳐 주로 4월에 채취한다. 김태섭 대표는 “돌미역을 활용해 비건식품이나 대체육을 만든다면 창바우체험마을이 전국적으로 더 알려지고 어민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희 에이치엔노바텍 대표가 해조류로 만든 대체육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치엔노바텍 제공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연구개발(R&D) 기업들도 해조류를 활용해 본격적인 대체육 생산에 나서고 있다. 에이치엔노바텍은 식품회사에 다니던 연구원 6명이 해조류를 이용한 대체육 연구개발과 생산을 위해 2016년 경북 경산에서 창업했다.이 회사는 2020년 4월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복합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용매를 활용해 아미노산 복합체를 추출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지난해 6월까지 IBK캐피탈, 인라이트벤처스 등 벤처투자회사들로부터 4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20여 건의 특허도 출원 중이다. 김양희 에이치엔노바텍 대표는 “4년간 4만 번의 실험 끝에 독자적 기술을 확립하고 양산 준비도 마쳤다”며 “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복합체를 추출하기 위한 친환경 용매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대체육의 소재가 되는 아미노산 복합체를 생산해 식품회사에 공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크로켓 등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도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일반 고기와 달리 항생제 우려가 없는 데다 해조류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라며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지난해 5월 수출협약도 맺었다. 일본 호주 등의 무역회사와도 계약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에이치엔노바텍은 어민들과 함께 어업형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본사를 구미 소셜캠퍼스온으로 이전하는 한편 공장도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전국 어촌에서 공급하는 해조류로 대체육을 만들고 창바우마을과는 돌미역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