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현장에 아파트 대신 녹지 조성 모색(종합)

화정아이파크 201동 148세대 분양권자 동의가 관건
유가족·현대산업개발 보상협의 마무리…장례절차 돌입
건설노동자 6명이 희생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 아파트 건물 대신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유가족과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간 피해 보상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도 곧 시작된다.

22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희생자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구조물 일부가 무너진 201동 건물을 전면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소규모 공원을 꾸미는 방안이 모색 단계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논의는 가족협의회와 현대산업개발,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하는 가칭 화정아이파크 상생협의회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가족협의회는 녹지 공간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다짐하는 도심 속 쉼터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비석 등 추모 시설 조성은 원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 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가족협의회는 설명했다.

아파트 1개 건물을 없애고 그 자리에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은 201동 148세대 분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성사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붕괴사고가 난 201동 건물은 23층부터 38층까지 16개 층에 걸쳐 외벽과 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전면 철거와 재시공 등 향방을 결정하는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상생협의회는 201동뿐만 아니라 화정아이파크 준공까지 모든 재건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과 안전사고 예방을 논의하는 민·관·사 협의체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영업손실 피해를 본 인근 주상복합상가 입주 상인회,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도 상생협의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유가족과 현대산업개발 간 보상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한 희생자 5명의 빈소는 오는 25일 마련된다.

광주에 연고를 둔 희생자 4명의 빈소는 서구 한 장례식장에 함께 꾸려질 예정이다.

시민 추모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이날 운영을 종료했다.

실종자 수습이 끝나고 나서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열하루 동안 추모객 907명이 방문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안정호 가족협의회 대표는 "저희는 현대산업개발을 용서하기로 했고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진정성 어린 사과를 했다"며 "이 참혹한 현장에서 꽃이 피고 저희가 나중에 여기를 방문했을 때 행복하게 희생자를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붕괴사고 현장에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인 원론적인 구상"이라며 "재산권 행사 주체인 201동 예비입주자와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자치단체 등 모든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서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발생했다.

최상층인 39층의 바닥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던 201동에서 상층부 16개 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한꺼번에 붕괴했다. 사고로 희생된 6명은 28∼31층 내부에서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맡았던 건설노동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