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 "'벌써 몇 승째야'라고 물었죠…내일 경기도 최선을"

현대건설 15연승, 여자배구 새 역사…23일 우승 확정도 도전
15번째 시즌을 치르는 양효진(33·현대건설)에게도 2021-2022시즌은 특별하다. 양효진은 2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5-20 19-25 25-18 25-18)로 꺾은 뒤, 팀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이번이 몇 승째야"라고 물었다.

이날 현대건설은 올 시즌 27승(1패)째를 거뒀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개막과 함께 12연승을 달렸고, 곧바로 15연승을 다시 이었다. 2009-2010시즌 GS칼텍스가 작성한 14연승 기록을 뛰어넘어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V리그 역대 최강팀의 역사를 쓰고 있다.

2012-2013시즌 우승팀 IBK기업은행(25승 5패·승점 73점)을 넘어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최다 승점 기록을 바꿨고, 여기에 '15연승' 기록도 추가했다. 양효진은 "경기 뒤에 동료들과 '몇 승째야'라고 서로 물었다"면서 흐뭇하게 웃은 뒤 "우리 팀 선수 모두가 준비를 잘해서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 치우치지 않고, 서로 힘을 모아서 만든 기록이어서 더 뜻깊다"고 말했다.

양효진의 말처럼, 현대건설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기록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라이트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해결사 역할을 하고, 레프트 황민경과 고예림, 리베로 김연견이 후위를 든든하게 지킨다.

백업 멤버 정지윤, 황연주, 이나연의 역할도 크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는 현대건설의 최대 강점은 양효진과 이다현이 구축한 '트윈 타워'다.
이날도 양효진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0득점을 했다.

V리그 최초로 블로킹 득점 개인 통산 1천350개(1천351개)도 넘어섰다.

하지만 양효진은 아직 들뜨지 않는다.

그는 "15연승 신기록을 달성해 얼떨떨하다.

아직 정규리그가 한창이어서 기록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며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를 중단했다가 재개해 연승 기록은 신경 쓰지 못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면 어쩌나'라고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V리그 여자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와서 9일부터 20일까지 중단했다.

현대건설에도 확진자 3명이 나왔다.

이날 현대건설 선수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했다.

야스민과 양효진만이 경기 막판에 호흡에 어려움을 느껴 마스크를 벗었다.
양효진은 "배구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종목이다.

경기 중에 세터와 수비수와 대화를 자주 하는 데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하지만, 양효진은 이런 상황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2019-2020시즌에 우리가 정규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 리그를 중단했고, 그대로 리그가 끝났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가 중단돼 불안하긴 했지만, 모든 구단에서 방역에 각별히 힘써서 리그를 재개했다"며 "일정이 빡빡해졌지만, 그래도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양효진이 더 환하게 웃을 시간이 다가온다.

현대건설은 23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리는 2위 한국도로공사와의 방문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또는 3-1로 승리하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다.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는 부담감은 있지만, 양효진은 "괜찮다"고 했다.

그는 "한국도로공사와는 늘 접전을 펼쳤다.

다른 조건은 생각하지 않고, 경기 준비만 철저하게 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승을 이어갈 때도 고비는 있었다.

그때마다 양효진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보내고,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했다. 양효진은 불안하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은 표정으로 김천행 버스에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