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감독의 시선…커브 전수보다 중요한 영건 삼총사 성장

제주 동계훈련서 최민준·오원석·김건우 밀착 지도
"커브는 배우기 힘든 구종이예요. 다른 구종을 잘 던지는 투수에게 굳이 커브를 던져보라고 하진 않습니다.

새로운 구종을 습득하는 것보다는 지금 잘 던지는 구종을 더 잘 던지게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죠."
현역 '폭포수' 커브로 정평이 난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김원형(50) 감독의 지론이다.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 야구공원에서 동계 훈련 중인 김 감독은 21일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 등 각자 주무기를 더 잘 던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새 구종을 연마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고(故) 최동원의 커브, 선동열의 슬라이더만큼이나 김 감독의 커브도 필살기로 야구팬 사이에서 회자한다.

이들이 지도자로 변신한 뒤 비기의 전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였으나 '선동열만큼 슬라이더를 잘 던진다', '김원형만큼 커브가 좋다'는 평가를 들은 선수는 없다.

2011년 은퇴하고 SK 와이번스(현 SSG),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 코치를 지낸 김원형 감독에게 커브를 제대로 배운 투수는 롯데 '안경 에이스' 박세웅(27) 정도다. 기술을 가르치는 투수 코치가 아닌 팀 전체를 아우르는 사령탑으로써 김 감독에게 커브 전수와 같은 일은 지금은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올해 SSG의 1차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팔꿈치를 수술한 박종훈(31)과 문승원(33)이 돌아올 6월까지 얼마나 잘 버티느냐다.

포스트시즌 경쟁 대열을 잘 지켜야 시즌 중후반 대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 결국 선발 마운드가 관건이라고 본 김 감독은 동계 훈련에서 이반 노바, 윌머 폰트 다음에 등판할 3∼5선발 국내 투수의 성장에 심혈을 기울인다.

베테랑급인 이태양(32), 노경은(38)은 알아서 선발을 준비하도록 배려하고, 김건우(20), 오원석(21), 최민준(23) 세 영건은 김 감독이 직접 밀착 지도한다.

이들은 마운드 위에서 투구 자세와 투구 운용 등을 기본기를 새로 배운다.

커브는 아니어도 최민준은 체인지업을, 오원석은 슬라이더를 잘 던져 장점을 극대화하는 비결을 터득하는 중이다.

김 감독은 바람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오원석이 21일 라이브 투구에서 시속 146㎞의 빠른 볼을 찍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세 투수가 기대만큼 커 줘야 SSG의 가을 야구 희망도 커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