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가조작'에 얽힌 계좌 5개…김건희, 공범? 단순 전주?

김씨 계좌 5개, 284회 이용돼…'명확한 주가조작 인식' 있었는 입증은 난항
9억 차익 보도에 국민의 힘 "법적 대응" 반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증권거래 계좌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김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년 12월∼2012년 12월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비정상적인 거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사건에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권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 등 일당을 기소한 뒤에도 두 달 넘게 김씨의 관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권 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아내 김씨의 신한금융투자 주식 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서 "2010년 1월 14일 이모씨에게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맡겼는데, 계속 손실만 봐서 같은 해 5월 관계를 끊었다"며 김씨가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그러나 해명과 달리, DS·대신·미래에셋·한화 등 증권사에 김씨 명의의 계좌 4개가 더 드러났다.

또 2010년 5월 이후에도 김씨 명의의 계좌에서 수십 차례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씨 등이 넘겨받은 계좌뿐만 아니라 김씨가 직접 거래한 내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의혹은 최근 권 회장 일당의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증폭했다.해당 범죄일람표에 김씨 명의 계좌가 동원된 거래내역은 총 284번 등장한다.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께까지 김씨 명의 계좌는 가장·통정매매에 106번, 고가매수·물량소진·허수매수·시종가관여 등에 178번 이용됐다.
검찰이 확인한 김씨 명의 계좌 5개 중 3개는 주가조작 일당이 운용했으나, 이 중 2개는 김씨가 권 회장의 매수 유도를 받아 직접 거래한 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를 두고 권 회장과 이씨 등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릴 당시 김씨가 실제로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BS는 22일 사정당국을 통해 작성된 김씨의 개인 명의 증권사 계좌 4개의 거래내역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주가조작이 있었다고 검찰이 의심하는 시기 김씨가 주식 거래를 수십 차례 했으며 그 기간 9억4천여만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측은 "김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간 분산 매매해 왔고, 거래 구간에 따라 수익을 보거나 손해를 봤다"면서 자료 유출 경위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씨가 얻은 이익 금액과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3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권 회장 등의 주가조작 기간에 실제로 이득을 보았더라도, 공범으로 인정되려면 김씨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 상황이다.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명확한 인식 없이 단순히 이씨 등에게 계좌를 넘겨주었다거나, 권 회장으로부터 '호재성 정보'가 있다며 매수 권유를 받고 주식을 산 것이라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주가조작 범죄에서도 '적극적 인식'을 입증하는 게 까다로워 이른바 전주가 처벌되는 경우도 드물다.

권 회장의 공소장에서 김씨가 직접 거래한 부분은 '허위매수 유도에 의한 대량매집'으로 적시됐다.

호재성 정보를 띄우며 권 회장이 허위매수를 유도해 김씨가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미다.

수사팀은 관계자 진술과 거래 내역을 분석하면서 김씨의 관련성을 조사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대선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씨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에 대한 검찰 판단은 선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