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조재연 "김만배 일면식 없어…검찰도 필요하면 불러달라"

"딸들도 판교·수원 거주한 적 없다…기자단에 자료 제출 용의"
최근 언론 보도로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23일 본인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며 "(관련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현직 대법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붉은색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조 대법관은 약 13분간 미리 적어둔 회견문을 담담하게 읽은 뒤 약 30분간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조 대법관은 직접 준비해온 기사 출력물 등을 들어 보이며 차분한 말투로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다음은 조 대법관과의 질의응답.

-- 김만배씨와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이 전혀 없나. 따님들이 최근 2∼3년 사이 어느 지역에 거주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 중 누구든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전혀 없나.

▲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단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

김만배씨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그 누구와도 일면식도, 일 통화도 없다.

저는 30년 가까이 현재 사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하여 왔다.

딸들은 함께 거주하다가 딸 하나는 2016년 분가해서 그 이래로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다른 딸 하나는 작년에 분가해서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딸은 현재까지도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저 또는 가족이나 하다못해 친인척 중에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

-- 토론회에서 대선후보가 실명을 직접 언급하는 일이 있었는데. 사법부 독립 문제와도 연관 있다고 생각하나.

▲ 현재 대선 시국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 여야 간에 공방이 많이 있다.

따라서 대선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 제 의견을 말하지는 않겠다.

그 부분은 그렇게 이해해달라.
-- 따님들이 다른 지역에 실제로 거주했다는 걸 입증할만한 자료를 공개하거나 대법원에 제출해서 검증받을 생각이 있나.

법원행정처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김만배씨 또는 다른 머니투데이 기자들과 연결고리가 없었나.

▲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다.

하등 회피할 이유가 없다.

저는 법원행정처장으로 2019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2년 4개월간 근무했다.

그 사이에 김만배씨를 본 일이 없다.

저는 기자들 명함을 받으면 소중히 간직하는데 김만배씨 명함은 없다.

머니투데이 다른 기자들과도 어떤 접촉이 없었다.

-- 김만배씨와 대학 동문으로 연결고리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법조 기자단이나 동문모임 이런 데서 접촉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보나.

▲ 제 기억에 없다.

어느 학교 동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우리 사회도 지연·혈연·학연에 대한 추측을 자제해야 할 줄로 믿는다.

동문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직접 얘기 나눠보지 않았지만, 그분이 제 모교 출신이라고 언론에 나니까.

그것을 사실로 믿고, 동문인 것은 맞지만 그런 연유로 해서 사석에서 만난 일이 없다.
-- 검찰 수사팀으로부터 서면이나 직간접적으로 해명해달라 이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나.

▲ 대장동 사건이 고발에 의해서 검찰에 접수된 것이 2021년 9월 16일이었을 거다.

반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사이에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

-- 현직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이례적인데 관련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과도 논의가 된 내용인가.

▲ 그렇지 않다.

오늘 기자회견은 전적으로 대법관인 제 개인의 결정이다.

보시다시피 그렇기 때문에 공보관만 배석했고 법원행정처의 어떤 분도 배석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저의 단독 결정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 딸들과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소통하거나 확인한 건가.

▲ 당연히 제가 모르는 어떤 사실이 있을까 하고 딸 셋에게 혹시 판교의 타운하우스에 대해서 알거나 얘기를 들었거나 그 근처에 가본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런 의혹이 지금 아빠를 향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딸들에게 물어봤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얘기했다.

--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씨가 대법관의 이름을 콕 집어서 언급하는데.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 제 이름 석 자가 직접 녹취록에 인쇄돼있나.

제가 들은 얘기하고는 조금 다르다.

이름 석 자가 녹취록에 기재돼있다는 게 아니고 녹취록에 그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분이라는 말 위에 누군가가 조재연, 말하자면 가필한 것으로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저는 녹취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 이름이 명백하게 녹취록에 기재돼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판교에 있는 시가 수십억원의 타운하우스에 딸을 거주하게 했다고 의혹이 보도됐다.

그러다가 어제는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 대법관 딸이 살고 있다고 보도가 나왔다.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도 전혀 거주한 적 없다.

대장동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왜 이런 얘기를 나누었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
-- 손해배상청구나 정정보도 청구 소송 등 법적인 구제 절차를 밟을 의향이 있나.

▲ 기본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사건에 관해서는 제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

-- 관련된 보도나 정치권 의혹 제기에 해명하거나 입장 밝힐 계획이 있나.

▲ 현재로서는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런 악의적인 허위 내용이 계속 보도가 되면,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나쁜 기사가 올바른 기사를 밀어내게 된다.

결국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한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고발장을 접수한지 벌써 반년이나 된다.

다른 사건은 몰라도 저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검찰이 봤을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논란을 종식하는 데 검찰도 일정한 부분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 의혹 불거지는 이유가 재판거래 의혹 때문인데. 대법원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과 관련해 내부 논의가 있나.

▲ 그 부분은 검찰에서 현재 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대법원에서 그걸 가지고 따로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

-- 입증 자료를 개인정보 가리고 대법원 검수를 마친 뒤 기자단에 제공할 용의가 있나. ▲ 언제든지 응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