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기간제 교사 더 뽑는다는 교육당국

올해 합격한 '예비 선생님' 한명도 발령 못 받았는데…

교육부, 코로나 수업 결손 대응
기간제 교원·강사 채용 확대 나서

"1년 넘게 백수생활 중인데…"
임용대기자들 더 늦어질까 불안

"비정규직 교원·정규직 교사
일자리 둘러싼 갈등도 우려"
사진=연합뉴스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하는 예비교사들의 적체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교육당국이 비정규직 교사를 늘리는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용대기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년 넘게 ‘합격 후 백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해지는 예비교사 적체

23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자 공립 초등 신규임용예정교사 발령 인원은 총 435명이다. 2020년도 합격자 251명과 2021년도 합격자 183명 등이 새로 배치를 받는다.

2021년도 합격자들의 발령은 올해가 처음이다. 2021년 합격자 수가 총 303명임을 감안하면 약 40%(120명)는 합격 1년이 지난 시점에도 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합격자 216명은 전원 발령 대기 상태다. 132명만 신규 발령된 작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 적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분석이 교육계에서 나온다.실상이 이런데도 정부가 비정규직 교사를 늘리는 정책을 발표하자 임용대기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에 비상시 수업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와 강사 채용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교과 정원의 3.5%인 1만여 명까지 초·중·고 기간제 교사로 투입하기로 했다. 강사 자격 요건도 기존 교원자격증 소지자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및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강사 자격 요건을 충족한 사람으로 완화했다.

‘1교실 2교사제’도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이다. 이는 교실에 추가 배치된 협력교사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돕는 제도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7일 기준 신규 채용된 초등 기간제 교사 1961명 중 1473명(76%)이 협력교사로 배치됐다.

○비정규직 강사들과 갈등도 우려

이런 추세가 확산할 경우 일자리를 둘러싼 비정규직 강사와 정규직 교사 간 갈등도 우려된다. 1월에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등학교 스포츠 전담 강사 의무 배치 법안을 대표발의해 교사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전남교육청이 스포츠 강사 166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공문을 지난 3일 학교에 내려보내 전남교사노동조합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교사들이 앞으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교사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육당국은 비정규직 교사 확대가 임용대기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예비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2021년도 서울지역 임용고시에 합격해 임용 대기 중인 박모씨는 “지금과 같이 대기하고 있는 인원이 많은 상황에서는 비정규직 교사를 늘리기보다 대기 중인 교원을 채용하는 것이 본래 임용고시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상황에 대비해 기간제 교사 및 강사를 한시적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가 추후 정규직화되는 것은 사립학교법, 교육기본법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용 적체의 근본적 원인은 ‘교육공무원’인 학교 교사의 정원이 한정돼 있다는 데 있다”며 “이는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