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주가조작·법카 의혹…폭로·반박 난무하는 '진흙탕 大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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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만 100여건 '난타戰'20대 대선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 간 ‘의혹 공방전’이 사생결단식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양측은 대장동 개발사업 연루 의혹을 놓고 서로를 ‘게이트 몸통’으로 부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두 후보 배우자가 각각 연루된 과잉 의전과 주가조작을 둘러싼 논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당이 지난 3개월간 주고받은 고소·고발만 벌써 100여 건에 달한다.
대장동 녹취록 꺼내든 여야
"尹게이트" vs "이재명이 몸통"
김문기 아들 기자회견 연 국힘
"李, 아버지 모른다고 거짓말"
"시장님과 골프쳤다" 영상 공개
포문 연 李 “대장동 몸통은 尹”
이 후보는 23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윤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사실 이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나온 ‘윤석열은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는 발언을 들며 “범죄집단이 종잣돈을 마련하도록 수사하고도 봐준 게 윤 후보 아니냐”며 “제일 큰 공헌을 했다”고 지적했다.같은 날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김씨 누나가 2019년 윤 후보 부친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윤 후보 측 누군가의 부탁으로 이 집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우 본부장은 녹취록에서 김씨가 주택 매입 방법을 논의하면서 김씨 누나를 회사에 취직시키는 내용이 등장하는 점을 거론한 뒤 “김씨 누나가 주택을 매입하는 대가로 월급 형식 대가를 주는 내용이 모의돼 있다”고 설명했다.윤 후보 측은 지난해 12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아들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아들 김모씨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의 교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한 뒤 “이 후보는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2015년 뉴질랜드·호주 출장 중 마주앉아 식사하는 사진, 손을 잡고 있는 사진 등이 들어 있었다. 당시 가족에게 보낸 영상에서 김 전 처장이 “오늘 시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고 한 발언도 공개했다.
김씨는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버지 발인날이었다”며 “이 후보는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비치지 않고 산타 복장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이날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조재연 대법관이 자신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이 아니라고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이 후보는 천화동인 1호 소유주인 ‘그분’이 대법관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결백이 증명됐다고 강변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며 “이 후보가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고 해도 국민들은 다 알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尹측, ‘옆집 의혹’ 추가 제기
민주당은 대장동은 물론 윤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하며 ‘쌍끌이 공세’를 폈다. 전날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주가조작에 이용된 157개 증권계좌 중 김씨 명의 계좌가 당초 알려진 것 외에 4개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가조작이 벌어진 기간 동안 해당 계좌로 거둔 차익은 9억원가량으로 추정됐다.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씨가 주가조작 연루에 이어 9억원의 수익까지 거둔 사실이 보도됐다”며 “주가조작은 다수의 개미투자자에게 손실을 떠안겨 조작자들이 이익을 독점하는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김영진 사무총장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김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김씨 거래는 하루에 한 번꼴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주가를 올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보도들은 출처부터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구입한 초밥 10인분과 관련해 ‘옆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원 본부장은 “이 후보는 자택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는데 원룸에 살던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들을 9억5000만원이라는 돈을 들여서 60평짜리 아파트로 옮긴 것이 우연인가”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판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띠면서 양측이 중도·부동층을 겨냥한 의혹 제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대진표’가 확정된 작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양측은 100여 건의 고소·고발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대변인 브리핑·논평 역시 민주당은 지난 22일 기준 17건 중 7건, 국민의힘은 16건 중 8건이 상대 후보와 관련된 비리 의혹 제기였을 정도로 비방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오형주/김인엽/김진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