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독감과 비슷? "백신 맞아도 60세 이상 치명률 독감의 최소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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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확진 17만명 '세계 최다'정부가 연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계절독감과 비슷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백신을 3차까지 맞은 사람은 치명률이 독감보다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60세 이상은 3차 접종을 하더라도 치명률이 계절독감의 5배 이상에 달해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세계 최다 기록을 찍는 등 5차 대유행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비상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스터샷 맞은 60세 미만
치명률 0%로 낮지만
고령층은 안심할 수 없어
백신 지속효과도 불확실
위중증 급증 비상사태 우려
60세 이상·미접종군 치명률 5.39%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3차 접종을 받은 접종 완료자의 경우 계절독감과 유사하거나 그 이하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코로나19 변이에 감염된 13만6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3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0.08%였다. 계절독감 치명률이 0.05~0.1%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비슷한 것이다.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치명률은 극명히 갈린다.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60세 이상은 백신을 3차까지 맞아도 치명률이 0.5%였다. 계절독감 평균 치명률의 5배 이상이다. 이에 비해 60세 미만은 3차 접종을 완료하면 치명률이 0%였다. 전문가들이 “60세 이상에겐 여전히 오미크론의 위험도가 높다”고 경고하는 배경이다.특히 60세 이상이면서 미접종인 사람은 치명률이 5.39%로 더 높았다. 이런 점을 들어 손 반장은 “더 많은 국민이 예방접종을 완료할수록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간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SNS에 “오미크론 대응에 있어서 3차 접종이 중요하다”며 접종을 당부했다.
“사망 예방 효과 지속 불확실”
변수는 ‘백신의 사망 예방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접종 후 기간이 경과하면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2·3차 접종 후 돌파감염이 늘어난다”며 “사망 예방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3차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추가 접종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예방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유행 규모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박 팀장은 “위중증률이 확실히 떨어져 계절독감과 유사하더라도 발생 규모가 크면 비상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5000명이 발생할 때의 치명률 0.1%와 5만~15만 명이 발생할 때의 0.1%는 다르다”고 했다. 오미크론 치명률이 델타보다 낮다고 해도 전체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 이와 비례해 위중증 환자·사망자도 급증해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실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약 한 달간 사망자는 1326명에 달했다. 방역당국이 계절독감의 연간 사망자가 3000~5000명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사망자가 250~416명 정도여야 하는데,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17만 명…세계 최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정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2일 신규 확진자는 17만1452명이다. 기존 역대 최다치(17일·10만9822명)를 6만여 명 웃돌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국내 확진자는 독일(15만8507명), 러시아(13만5172명), 브라질(10만1285명) 등 각국의 21일(현지시간) 집계치를 앞지르며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인구가 6.5배 많은 미국의 하루 확진자(6만1863명)도 크게 웃돌았다.23일도 오후 9시까지 16만138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4일 발표되는 최종 확진자는 18만 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신규 확진자가 세계 최다를 기록한 것에 대해 “대륙별로 유행 시기가 달라 확진자 수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