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종료 놓고 매립지공사-인천시 갈등 고조

매립지공사 여론전 강화…'공론화 도움 VS 조직 보호 논리'
인천에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2025년 매립지 사용 종료를 예고한 인천시를 상대로 연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가공기업인 매립지공사는 인천에 피해보다는 도움을 준 측면도 많다며, 인천시와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현 쓰레기 매립지 사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 '수도권매립지 인천에 도움' 강조…사용 연장 주장
매립지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보도자료나 사장 명의의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수도권매립지가 인천에 피해를 주기보다는 기여한 점이 많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주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매립지 사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함께 펴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4일 신창현 매립지공사 사장의 신문 기고문이다.

신 사장은 '수도권매립지 확보 현실적 대안은'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 사용을 제안했다.

신 사장은 수도권매립지의 뒤를 이을 대체 매립지를 공모해도 신청한 지자체가 없으니 공모 때 제시한 지원금으로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을 지원하고 현 매립장 잔여 부지를 사용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현 매립지의 잔여 부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는 2015년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환경부가 2015년 체결한 '4자협의체' 합의의 부속 조항에 담겨 있다.

애초 현 매립지는 2016년 폐쇄할 예정이었지만 후속 대체 매립지를 구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해 4자협의체는 현 매립지 3-1공구를 추가 사용하도록 사용 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2025년께로 추정된 3-1공구 매립 종료 때까지도 후속 대체 매립지를 못 구하면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부속 조항에 담았다. 매립지공사는 지난해 12월 5일에는 '수도권매립지 환경피해 주범은 따로 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매립지 주변 환경 피해는 매립지가 아닌 인근 하수처리장이나 공장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같은 달 23일에는 '2025년 매립지 종료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는 인천시의 주장이 쓰레기 대란 우려와 혼란만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매립지공사는 또 올해 2월 8일에는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에게 지난 30년간 1조 2천768억원을 지원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공사의 '인천 발전 기여론'을 강조했다.
◇ "회사 존립 연장 시도"…인천시·주민은 비판
인천시나 지역 주민은 이 같은 매립지공사의 행보를 조직의 존립을 연장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종료되면 매립지공사의 역할도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보니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려고 여론전을 벌인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나 주민들은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을 통해 매립지공사 사장의 사퇴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앞서 매립지공사가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시기를 2026년에서 2030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하자 강력한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조직 보호본능으로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려는 시도에 강력한 유감을 전한다"며 "매립지공사가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하려는 의도가 존립 연장에 있다는 점을 알지만 조직 존립이 환경 정의나 300만 시민의 지난 30년간 고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최근 인천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구발전협의회는 매립지공사의 행보에 반발해 공사 관할권을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조속히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천경실련은 매립지공사 관할권을 인천시로 조속히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행 요구서'를 각 정당에 보냈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 인천시당은 수용 의사를 밝혔다.
◇ 매립지공사는 계속 여론전…긍정·부정 평가 교차
매립지공사는 인천시나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여론전을 계속해 이어가는 모습이다.

매립지공사는 공사 관할권 이관을 요구한 시민단체를 상대로는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전날인 22일에는 수도권매립지 내 적자 시설인 승마장과 수영장을 더는 운영할 수 없다며 인천시로 이관하겠다는 주장도 펼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AG) 경기장으로 사용된 이들 시설은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로 마련한 기반사업부담금 중 740억원을 들여 지었다.

공사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운영 비용 수입 대비 지출액 차액이 48억7천만원에 이른다며, 이들 시설이 폐기물 관련법 상 주민편익시설이 아닌 만큼 시가 운영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매립지공사의 여론전을 두고 수도권매립지에 얽힌 현안을 공론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인천시·주민과의 갈등만 키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매립지공사 직원들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신창현 사장이 매립지 관련 현안을 외부에 알리는 데 적극적이라면서 당분간 비슷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매립지공사의 한 직원은 "전임 사장이 있을 때는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논의에서 공사는 한 발짝 물러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금은 공론화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