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수비오 화산 폭발부터 코로나까지…재난과 함께한 인류의 진보

송병건 교수 신간 '재난 인류'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이 닥친 순간, 인류는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을까? 재난 이후 인류의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코로나19가 지구촌을 엄습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난 가운데, 국내 신규 확진자는 23일 0시 기준 17만 1천 명을 넘어서며 연일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대미문의 긴장과 공포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온갖 신체적 피해, 정신적 충격, 물질적 타격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인류는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부상과 질병에 대비해 치료 기술을 발전시켰고, 감염병에 대응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냈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송병건 교수가 집필한 '재난 인류'는 폼페이 최후의 날인 베수비오 화산 폭발부터 지난 2천 년 동안 벌어진 화산 폭발, 지진, 감염병, 산업재해,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팬데믹 등 각종 재난의 역사를 두루 살펴본다. 이와 함께 재난의 공포 속에서도 생존의 답을 찾아냈던 인간의 고군분투를 들려준다.
고대부터 근세까지는 주로 자연재난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지적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연재난이 '신의 분노'로 발생한 형벌이라고 믿었다.

이런 인식에 전환을 가져온 재난이 바로 리스본 지진이었다.

1755년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 밀어닥친 지진으로 성당 등 온갖 건물이 무참히 파괴됐고, 땅덩어리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커다랗게 균열됐으며, 수많은 건물은 화재 등으로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적 근거로 지진에 접근코자 했고, 이는 지적 혁명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산업혁명이 이뤄진 18~19세기 재난은 인간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산업 발달로 노동이 증가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이 많았고 구휼 제도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아 더 큰 재난으로 이어졌다.

1845년부터 유럽 곳곳에 발생한 감자 역병으로 수확량이 줄자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신음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콜레라와 발진티푸스도 급격히 퍼져나갔다.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역병과 대기근 현상이 확산하면서 사람들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 떠나게 된다.

20세기 이후에는 거대한 통제 시스템이 재난을 초래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2011년 3월 13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대표적 사례다.

해안 지역에 높이 40미터의 쓰나미가 밀어닥치며 도로, 주택들이 모조리 파괴됐고, 1만6천여 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욱 장기적인 재난 후유증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했다.

해수는 비상용 디젤발전기와 순환펌프를 침수시켰고, 이에 따라 냉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치명적 사고로 이어졌다.

20세기와 21세기 초를 통해 재난에 대한 지식, 대응 기술, 사회적 수습책이 다양한 진화 과정을 거쳐왔다.

하지만 지금도 재난은 크고 작은 규모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올해 1월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각종 재난이 벌어졌다.

재난이 던져준 교훈들을 바탕 삼아 새롭게 진보의 창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소수의 분야, 소수의 사람이 재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수많은 사람이 분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공감과 집단지성, 협력 체계가 인류와 지구촌의 안전을 최대로 보장하리라는 것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비밀은 바이러스는 약한 고리를 찾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사회의 약한 고리를 찾아내 병원체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책은 고대와 중세를 대상으로 주로 자연재난을 다룬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자연재난의 시대'와 근대사회에 발생한 인공재난을 주제로 삼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참사: 인공재난의 시대', 그리고 현대적 속성이 강한 시스템재난을 이야기한 '정책과 통제라는 거대한 위험: 시스템재난의 시대' 등 모두 3부로 구성됐다. 위즈덤하우스. 484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