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 검사사칭' 담당 재판장 "공보물 해명 뻔뻔하고 말도 안 돼"

李, 공보물에 "검사 인적사항 알려줬다"
당시 재판장 "공동정범으로 본질적 기여"

공교롭게도 현재는 尹캠프서 李와 대립
사진=한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검사사칭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공보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했다는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장은 “이 후보의 해명은 말도 안 된다”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판결문에 쓰여 있듯이 이 후보는 (검사사칭) 범죄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럼에도 사실관계를 부정하니 참으로 뻔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2년 11월 1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합의1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이 후보에 대해 공무원자격 사칭 등 혐의를 인정해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후보는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국 PD와 함께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며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가 내린 유죄 판결은 2심과 3심을 거쳐 벌금 150만원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이 후보는 지난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가정에 배포한 선거 공보물에 해당 사건에 대해 “특혜분양 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이던 이 후보를 방송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사항을 물어 알려주었는데, 법정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기재했다.
사진=선관위 공보물 캡쳐
당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방송국 PD로 하여금 수원지검 A검사의 자격을 사칭해 마치 A검사가 김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 사건에 관해 전화로 그 의혹 및 배후관계 등에 조사하는 것처럼 하려고 꾸몄다. 이 후보는 김 전 시장에 대한 질문 사항을 사전에 PD에게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PD의 질문에 “수원지검에 A검사가 있는데 시장도 그 이름을 대면 잘 알겁니다”라고도 말했다.

PD와 김 전 시장의 통화가 시작되자 이 후보는 김 전 시장의 답변 내용을 들으면서 PD에게 B시장에 대한 추가 질문사항을 메모지에 간단하게 적어주거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충 설명했다고 판결문에는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후보)이 PD와 공모해 검사의 자격을 사칭해 그 직권을 행사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당시 1심 재판을 맡았던 이 교수는 “만약 이 후보가 PD의 검사사칭을 도운 단순 방조범에 불과했다면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없다”며 “이 후보는 공동정범으로 검사사칭 범행에 대해 본질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형법 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경우를 공동정범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1심 뿐 아니라 2심과 3심에서도 이런 판단은 똑같이 인정됐기 때문에 이 후보 측 해명과 달리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 후보는 (이후) 선거 공보물 및 TV 토론 등을 통해 ‘PD가 사칭하는데 옆에서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기재 및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따라서 선거공보물의 소명은 허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