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다"…다시 돈이 돌기 시작한 HDC현산

멈췄던 CP거래 다시 증가

인천 아파트 건설에 사용할
150억 CP 연2.9% 금리로 거래
기존 차입금 차환도 속속 성공

업계 "유동성 불안 잠재울 듯"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로 멈춰섰던 HDC현대산업개발 관련 기업어음(CP)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 회복에 따른 것으로 유동성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긍정적 현상이라고 금융투자업계는 해석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뉴스타도안제일차’란 이름의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50억원어치가 전날 연 2.9% 금리에 거래됐다. 만기를 28일 남긴 이 CP는 현대산업개발이 인천 학익동 아파트 건설 사업비로 쓰기 위해 상환을 보증하고 있는 1600억원 규모 차입금 중 일부다. 한 증권사 CP 발행 담당자는 “같은 신용등급을 갖춘 다른 회사들의 CP 금리인 연 2.3% 수준과 비교하면 높지만, 매수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기존 발행물을 만기 상환(차환)하기 위한 새 ABCP 발행도 속속 성공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공릉동 역세권 개발 사업을 위해 세운 SPC ‘리츠공릉제일차’는 지난 22일 6개월 만기 ABCP 600억원어치를 발행, 비슷한 금액의 직전 발행물을 상환했다. 새 발행 금리는 연 5.0%로 직전 2.4%의 두 배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현대산업개발이 CP 시장에서 신규로 대규모 차입금 조달도 가능해진 만큼 유동성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만기 도래 ABCP가 모두 차환 또는 상환되면서 유동성 관련 우려가 더 확산하지 않고 있다”며 “단기금융 시장 내 중요한 감시 대상이었던 시장성 조달 여건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현대산업개발은 금융회사들과 만나 작년 말 현재 보유 현금 약 1조9000억원에 더해 담보대출로 1조원 이상의 현금을 구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담보로 제공할 자산으로는 HDC현산이 보유한 아이파크타워1, 서울~춘천고속도로 수익증권,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파크하얏트서울과 파크하얏트부산 등을 제시했다.

다만 기존 신용등급 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산업개발 신용등급(A+)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우발채무 현실화 정도, 현금 유동성 감소 수준 등을 계속 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