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中 산업 스파이 단속' 정책 폐기
입력
수정
지면A10
트럼프 정부 도입 후 4년 만에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 등을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도입했던 ‘차이나이니셔티브’가 폐기된다. 이 제도는 규제 실효성이 떨어지고 아시아계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맷 올슨 미 법무부 차관은 23일(현지시간) 몇 달간 검토 끝에 차이나이니셔티브를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가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해로운 일”이라며 “차이나이니셔티브가 국가 안보를 위해 추진됐다고 믿지만 법무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제도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차이나이니셔티브는 2018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제프 세션스가 시작한 범죄 정책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일하는 중국계 연구진 등을 압박해 첨단기술 등을 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 이니셔티브에 포함된 중국인 범죄 활동은 인터넷 해킹, 스파이 활동 등 60개에 육박한다. 이 정책에 따라 미 법무부가 중국 기업 화웨이를 기소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무고한 아시아계 연구원 등을 겨냥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중국계라는 사실을 숨긴 사람은 모두 스파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기소가 연구 보조금을 신청한 중국계 연구원에게 집중되면서다. 법무부는 미 공과대학 등에서 근무하는 중국계 연구원들이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숨기고 주정부 등의 연구비를 타갔는지 등을 상세히 조사했다. 최근엔 이들 중 상당수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무부는 이런 연구비 부정 수령 사건을 민사 처리하거나 행정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겠다고 했다.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집중한 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중국 외에 러시아 이란 북한 등도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