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민주 "다당제 보장"…'李·安·沈 연대' 막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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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개헌 카드' 꺼낸 與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직전 정치개혁안을 띄운 건 야권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제3지대 후보들과 연대를 모색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통합정부’를 제안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왜 진작 추진하지 않고 선거에 임박해서 제안하는 것이냐”며 “선거용 꼼수”라고 비판했다.
"양당구조 해소해 국민통합 정치
대통령 4년 중임…대선 결선투표"
○與 “다당제 연합정치로 개혁”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9일(대선일)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고,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국민통합 정치의 첫 번째 날이 돼야 한다”며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양당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우선 국회의원 선거에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지방선거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추진하고,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에서 국정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개헌을 통한 대통령 4년 중임제, 대선 결선투표제도 약속했다. 송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개헌은 1년 이내에 추진하겠다”고 시일도 못 박았다.
○제3지대 연대 모색하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제3지대 후보들과의 연대를 추진해 표심을 얻으려는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안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 후보 모두에게 정치개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안 후보가 그동안 양당제도의 기득권 구조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심 후보, 김 후보 모두에게 제시되고, 윤 후보에게도 가는 메시지”라고 했다.민주당은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을 지지율 상승의 기회로 보고 연일 ‘통합정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제3당, 제4당이 선택 가능하게 존재해야 진짜 정치 교체”라며 “국가를 위해 역할을 나누는 것에 합의가 되면 소연정·대연정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했다.○국민의힘 “진정성 없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실행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어떤 분이 당선돼도 통합정치를 실현할 때가 왔다고 본다”면서도 “그걸 연대나 단일화와 연결짓는 건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심 후보도 민주당이 언급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 “내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이고, 15년 전부터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얘기해왔던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이행을 안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제안을 ‘선거용’이라고 규정하고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왜 대선이 임박해 그런 것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거의 개헌이 가능한 정도의 의석수를 가진 정당(민주당)에서 (정치개혁안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진작 얘기했으면 협의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직전 개헌론, 정치적 악용 가능성”
전문가들은 정치 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개헌이 선거 직전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과거 대선에서도 제시된 공약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이 커 대선 후 여야 합의하에 추진돼야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윤석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국회가 추천하면 다수당의 지원을 받는 정치인이 총리가 되고, 정치가 행정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어도 총리를 국회가 추천할 수 있겠냐”며 “이런 경우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정의진 기자 koko@hankyung.com